[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위장전입과 탈세의혹 등으로 낙마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이낙연-강경화 빅딜설’까지 부상하자 외교부 내부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과거 강 후보자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일 때 지근에서 그녀의 리더십을 경험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자가 최종 외교부장관에 임명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수하 직원들의 대소사를 조용히 챙기던 강 국장에 대한 기억이 그녀가 장관에 임명된 뒤 조직에 쇄신과 활기를 일으켜주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할 때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미 검증된 비리의혹까지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공직자 배제 5대 비리’로 지목한 검증망에 강 후보자도 딱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이후 문 대통령은 “공약을 세밀하게 정비할 겨를없이 인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5대 비리’를 기조로 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 후보자에 대해 추가로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총리와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빅딜설이 새어나왔다. 이낙연 총리를 인준하는 대신 강경화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킨다는 야권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인사 때마다 빅딜은 우리 정치사에서 낯설지 않다. 이전 정부에서도 대대로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운명은 여야간 물밑 교섭에 의해 결정되곤 했다. 가령 ‘A후보자는 통과시켜줄테니 B후보자는 포기하라’는 식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도 야당 체면상 죄다 통과시켜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 통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빅딜설이 제기되자마자 ‘왜 강경화인가’라는 의구심이 일었고, 이 의구심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물론 빅딜 자체가 아무런 흠이 없는데도 이뤄질 수는 없다. 하지만 강 후보자 정도의 흠결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외교부 내부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옹호와 지지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강 후보자의 주변과 정치권에서도 “그녀의 능력에 주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비리 척결'만 내세운 정치권의 계산법에 출충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거나 비주류라는 이유로 인사청문회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은 막자는 것이 요지이다.
|
|
|
▲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오준 전 유엔대사는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강경화 후보자를 공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잘 안다”며 “강 후보자의 임명이 확정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 비 외무고시 출신은 물론이고 국제무대에 장기간 나가서 활동한 후 돌아온 첫 외교부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 전 대사는 “강경화 장관은 우리 외교의 패러다임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엔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는 제가 본 어떤 경우보다 긍정적이었다. 그의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인간성에 대해 증언을 하려면 저 하나만 해도 많은 사례와 에피소드가 있지만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수많은 외교관이 있지만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이로서 단연 독보적인 강 후보자는 그녀가 갖는 ‘상징성’외에도 현실적으로 한국 외교가 돌파해야 할 난제를 풀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이 강 후보자에 대해 반대 기류인 가운데 박지원 전 대표가 5일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주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와 강 후보자의 낙마를 방침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무조건 흑백 논리로 문재인 정부 편을 들어주면 2중대다, 그렇지 않으면 각을 세운다고 이분법적으로 볼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지난 3일 강 후보자 국회 인준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재단은 “강 후보자 지명에 대한 조속한 인준으로 2015 한일합의를 비롯한 외교 현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인준 처리를 끝낸 여아는 7일 국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청문회를 동시에 열었다. 또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도 결정한다.
지난해 외교관 합격자의 70%가 여성일 정도로 법조계보다도 여성의 진출이 높은 곳이 외교계이다. 지난해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중앙행정기관별 고위공무원 현원 통계에도 285명의 고위공무원 가급 가운데 여성은 82명으로 부처 중 최다를 차지했다.
이런 외교부 조직에 첫 여성 장관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도 보여진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다자외교에 맞춰진 정권 초기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로 지목된 이가 강 후보자이다.
따라서 각국의 이해관계로 얽힌 외교관계를 푸는 것과 동시에 경직된 외교부 조직에 쇄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는 강 후보자의 낙마 여부가 적어도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협치’의 또 다른 이름인 ‘빅딜’로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