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아사히·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 매각에서 브로드컴에 우선 교섭권을 주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도시바는 이달 말까지 우선 협상자를 결정하고 실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로로드컴은 도시바가 요구하는 2조엔(약 20조원)을 넘어서는 응찰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계 기업으로 기술유출을 꺼리는 일본 정부도 미국 기업으로의 매각에 긍정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언론들도 브로드컴의 베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웨스턴디지털(WD)과 교섭이 결렬될 경우 다른 진영과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브로드컴은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 대상이 아니고 지속적 투자의지도 강해 도시바가 전향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고 있는 미일연합과 미국 WD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떠오르면서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WD가 인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일연합에 가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도시바 측과 다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WD는 도시바메모리의 제3자 매각을 반대하며 도시바 메모리 주식의 과반을 취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출자 비율을 20% 선으로 낮추겠다는 등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시바 측이 2조엔 이상의 매각 금액을 원하는 가운데 WD는 타사와의 공동출자 규모를 기존의 1조8000억엔 선에서 2조엔으로 올리는 등 변화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달 19일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2차 입찰에는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미일연합, 브로드컴 등이 가세했다. WD는 독자교섭과 미일연합 합류를 병행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 하는 등 정성을 기울인 SK하이닉스는 최근 경쟁 구도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에 1조엔 초반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반도체 기술을 넘길 수 없다는 현지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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