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사용료 20년간 3000억원 내라" 역제안
더블스타 협상 난항 불가피…거부시 물거품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에 대해 20년 동안 의무적으로 사용하되 매출의 0.5% 요율을 낼 것을 제안하며 초강수를 꺼내들자 산은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가 더 높은 사용료를 지급하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것인지 불투명한데다 박 회장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금호타이어 주가 하락 영향으로 인수가도 낮아질 수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소유한 금호산업이 20년 의무 사용에 사용요율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새로운 안을 제시하면서 금호타이어의 매각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사진=금호타이어 제공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소유한 금호산업이 20년 의무 사용에 사용요율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새로운 안을 제시하면서 금호타이어의 매각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금호산업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상표권을 허용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회장측을 상대로 '상표권의 5년 의무사용 후 15년 선택 사용, 사용 요율 0.2%를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박 회장이 상표권을 의무적으로 20년간 사용하라고 역제안을 하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금호타이어 매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 "20년간 0.5% 요율 내라"

박 회장은 더블스타에 금호 상표권 사용기한을 5년 의무에서 20년으로 연장하되 종전의 0.2%에서 2.5배 이상인 0.5%의 요율을 적용하는 경우 상표권 사용을 허락한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사용요율을 크게 올려줄 것과 경영권 유지까지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 측의 제안대로라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150억원 이상 20년간 총3000억원 가량을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한다. 

   
▲ 금호산업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 조건 비교 표 /자료=금호그룹 제공


금호타이어의 연간 매출액은 3조원(지난해 말)에서 인수후 공격적 투자를 늘릴 경우 연간 매출이 현재보다 더 높아져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당초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어 1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써낸데다 상표권 문제와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인수가격에 불편한 심기를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산은측에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인수 가격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가(9550억원)에 금호 브랜드 사용 권리도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더블스타는 또 금호타이어 실적부진과 그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채권단과 박 회장 간의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도 금호타이어 주가가 오히려 내려가고 있어 인수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주장도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선협상자로서 (인수의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더블스타와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금호타이어 매각을 성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 거부 땐 매각 물거품

산업은행은 이번 최종안에 대해 "금호산업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더블스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평가를 일단 유보했다. 산은은 다음주 초 주주협의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상표권 사용은 매각종결을 위한 선결 요건이어서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아무런 패널티 없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거나 장기 지연되면 채권 회수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대비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010년 박 회장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서 ‘매각 방해는 우선매수권 해지 사유’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더블스타와 상표권 협의를 계속 진행하면서 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우세하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경우 우선매수권도 자연스럽게 박탈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산은이 금호그룹 자금줄 차단이라는 고삐를 바짝 쥐는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 측이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협조하지 않아 더블스타와의 딜이 깨질 경우 9월 말로 예정된 금호타이어의 채무 만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다.

산은은 오는 15일 전까지 주주협의회 은행들로부터 이에 대한 회신을 받는다. 아울러 더블스타와 금호 측이 제시한 상표권 조건 협의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야 한다.

향후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추가 협상을 요구해 채권단이 또다른 조정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매각협상 종결일이 오는 9월23일인 만큼 추가적인 협상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의 핵심인 상표권 협의를 간과하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며 "더블스타의 인수 의지가 예전보다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매각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만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