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청문회 국면이 '4당4색'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일시적인 청문회 보이콧과 오후 피켓 시위 등을 통해 제1야당의 존재감 부각에 부심하고 있고, 국민의당·바른정당은 김 위원장 임명이 마뜩지 않으면서도 청문회 보이콧과는 선을 긋는 등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공세에 맞서 '방탄 여당'을 자처해 향후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전날 국회의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이후 청문회에 임하는 각 당의 입장과 스탠스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4당은 이날 열린 김부겸 행정자치부·김영춘 해양수산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분명한 입장차와 행보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중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부겸·김영춘·도종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한 국회 안전행정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일체 불참, 여권과의 대립각을 한껏 세웠다. 김 위원장 임명 강행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공개 의총에서는 단체로 "야당무시" "협치파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다만 정오를 넘긴 시점 의총을 마치면서 '오후 청문회 참석'으로 급선회했다. 대신 세 후보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청문회"를 예고했으며, 이날 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채 심사기한이 만료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추이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오후 각 상임위에서 "5대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 "협치 파괴" 등 피켓을 자리 앞면에 붙여두고 청문회를 진행, 계속해서 여권에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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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김부겸 행정자치부·김영춘 해양수산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일체 불참했다가, 비공개 의총을 진행한 끝에 '오후 청문회 참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
한국당의 청문회 보이콧 철회 배경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부담과 "여당의 뜻대로 움직이는 격"이라는 자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제2·3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청문회 참석'을 견지해, 나홀로 보이콧을 지속하기에는 여론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강원 고성군 국회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야당이 반대함에도 일방적으로 (김 위원장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대화, 소통, 협치라는 건 정부여당만의 몫이나 책임이 아니다. 야당도 상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 임명 강행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그와 같은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으며, 한국당도 겨냥해 "한국당은 비판에 앞서 그와 같은 (집권 시절) 과거 행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무제한적 협력은 없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강경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자세로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 정부여당에 협력하는 역할에 기꺼이 응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바른정당은 김 위원장 임명 강행에 대한 불만이 한층 높은 상황이지만, 원칙적으로 청문회에 참석해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항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향후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 정도는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임명하며 남긴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언급을 들어 "야당 시절을 돌아보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오히려 이번 인사청문회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는 게 도리"라고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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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14일 오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를 위한 교문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한국당 위원들은 좌석 전면에 "협치 파괴"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부착한 채 청문회에 임했다./사진=미디어펜 |
민주당은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한 야권의 반감을 일축하며 청와대 비호에 주력했다. 야권의 검증론과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청문회 무용론'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는 "국민들께서 김상조 정도의 인물에 대해서도 국회가 보고서 채택조차 거부하는 현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까 걱정"이라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민심의 전당인 국회가 민심을 헤아려 볼 때 김 위원장은 합격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추 대표는 "인사청문 절차가 품격을 잃고 발목잡기로 전락한다면 더 이상 국민들께서는 국회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라고 야권 전체를, 우 원내대표는 "정무위 전체회의 불참, 대통령 시정연설 전 환담과 상임위원장 (청와대) 오찬 회동 불참까지 '반대 정치'를 넘어 '불참 정치'로 일관한다"고 한국당을 지목 비판했다.
다만 오후 중 한국당이 청문회 참석으로 방침을 바꾸자, 민주당은 제윤경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늘 한국당의 인사청문 참여가 여야의 실험적 협치 시도로서 건전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 시발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김부겸·김영춘·도종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관해서는 "세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 활동을 통해 이미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았다"며 "작은 흠결 지적에 매몰돼 후보들의 역량 검증은 뒤로한 채 부적격 평가를 내리는 우를 반복하는 건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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