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 뉴스 만화 창작 소품종 작업반과 교감해 나가야 외래종 침투 막는다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신문 방송 웹툰 만화 등에게 '멱살잡힌' 네이버, 무엇이 문제인가

네이버가 내리 멱살을 잡히고 있다. 신문은 일찌감치 네이버를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고 연신 두들기고 있다. 방송도 동영상 지배자가 된 네이버를 틈틈이 가격한다. 웹툰을 네이버가 독식해 창작 기반을 허물었다며 만화가 단체 같은 풀뿌리 창조계급도 항거중이다. 학계에서도 꽤 센 비판이 나왔다. 검색 시장점유율만도 75% 수준이라 인터넷 문화가 황폐화되고 미디어 다양성이 퇴조하고 있다는 요지다. 수직계열화와 시장지배력 남용 이슈도 긴급 현안이다.

그 모든 갈등과 협공은 뉴스 전쟁으로부터 나왔다. 인터넷 초기 한국 언론사들은 네이버나 다음이 더 많이 뉴스를 노출시켜주는 걸 무조건 지지했다. 포털을 그저 보완재로 생각했었다. 이후 네이버는 지식인 검색을 앞세워 국내 최강이 되었고 하루 이용자 2,000여만 명이 찾는 전대미문 뉴스 유통사업자로서 판을 뒤집었다. PC 화면 속 한 뼘도 안 되는 네이버 뉴스박스가 언론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신문은 와르르 무너졌고 방송, 영화, 만화, 게임 콘텐츠들도 새 유통 새 질서에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런 포털의 미디어 정복을 전 세계적으로는 구글 빅뱅이라 부른다. 미국의 경우 2001년 신문 산업 총광고수입이 443억 달러 였던 것이 2012년 195억 달러로 급감했다. 반면 1개 포털 기업 구글의 총광고수입은 2001년 고작 1억 달러였다가 2012년 460억 달러로 수백 배 치솟았다. 정확하게는 2009년을 기점으로 구글 광고수입이 미국 신문 전체를 꺾고 미디어 챔피언 자리를 꿰찼다. 미국 신문사들이 디지털뉴스를 개발했다지만 2012년 성적표는 구글 디지털광고 총액 460억 달러, 디지털신문 광고 총액 34억 달러로 비교불가 수준이다.

네이버공화국 ·동물원 표현 과장 불구, 네이버 소셜리스크도 커져

한국의 구글인 네이버도 명실상부한 PC 웹과 모바일 앱의 최강자로서 미디어시장을 완전정복하고 있다. 공화국이나 동물원 같은 닉네임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이런 네이버 공화국, 네이버 동물원이라는 표현이 거칠고 과장된 면도 있지만 분명한 건 네이버가 감당해야 하는 소셜 리스크(사회적 위험)가 너무 커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한국의 모든 미디어,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 쇼핑몰, 벤처, 이용자들 또한 네이버 리스크를 안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 사회 한 쪽에서는 네이버나 CJ, 롯데 등 미디어 리더들을 생산자 삥 뜯는 악덕 유통업자로 규정하기도 한다.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플랫폼 같은 톨게이트를 설치해 통행료 받듯이 삥 뜯어 가면 공멸”한다는 견해다.

   
▲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중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1월 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각각 1000억원과 40억원의 중소협력업체 상생기금을 출연키로 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골목상권 해치는 대형할인매장 다스리고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몰아붙인 그 느낌 그대로다. 강력한 신종 규제라도 나와 다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네이버도 냉가슴 앓고 있다. 각종 기금,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CEO가 숱한 협의회, 간담회 행사에 노상 출석해도 그냥 달려드는 적대적 분위기는 쉬이 가실 줄 모른다.
 

이렇듯 달구어진 뜨거운 감자 네이버 쟁점을 약간 뜬금없긴 하지만 어느 충청도 고을 집성촌 지혜로 풀어볼까 한다. 싫으나 좋으나 한국 미디어들은 지금 네이버 집성촌에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이용자들도 죄다 네선생만 찾고 있고. 네선생이란 네이버 뉴스스탠로부터 네이버 지식인 검색, 통합검색, 네이버 지식쇼핑을 가리키는 호칭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나 모든 미디어 서비스 행위가 네이버로 통하니까 그야말로 분당 정자동 네씨 시조 네이버 네선생 집성촌인 셈이다.

   
▲ 네이버가 국내 뉴스 콘텐츠 방송 인터넷매체 만화 게임등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서 시장 지배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언론사의 과도하고 거친 네이버때리기가 지나친 감이 있다. 네이버도 약자인 신문사, 방송사, 콘텐츠생산자들과 교류하고 정당한 뉴스가치등에 대해선 보사해주는 등 상생과 공생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충남 부여  수원백씨 집성촌 갈등 스습 지혜로 풀어가자 

이 집성촌에 사는 다른 성씨를 가진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은 죄다 미디어 약자들이다. 공들여 뉴스를 생산해놔도 네선생이 없으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으니 속 터지는 갑을관계다. 스마트폰 모바일로 미디어 중심이 확 넘어간 지금에도 네선생은 강건하다. 조선 매경 등이 모바일만은 내주지 말자며 뉴스 제공을 거부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냥 네이버 앱만 붙들고 정통 뉴스 대신 연예, 스포츠 가십만으로도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이러니 네선생 집성촌 하루는 한숨과 탄식 속에서 또 지나가고 있다. 때문인가 “다음이 1995~2000년 지배자였다가 물러났듯이 지금 네이버 전성기도 잠깐”이라는 학술대회 경고까지 날아들었다. 뭔가 일촉즉발 낌새다. 
 

이쯤에서 충남 부여 수원 백씨 집성촌 스토리를 호출해 본다.
“우리가 백씨들 마을에서 전세 사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렇게 못 살아!”. 백씨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김씨의 고.군.분.투. 황당무계! 폭소만발! 예능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스펙타클한 집성촌 이야기!
KBS 고향극장 41화 (2014.2.1. KBS1 방송) 소개 문구다. 충남 부여에 이장부터 노인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새마을 지도자, 각반 반장까지 감투란 감투는 모두 ‘백’씨가 차지한 마을이 있단다. 주민 95% 이상이‘수원 백씨’인 집성촌 송죽마을 얘기다. 이 기정사실에 항거한 경주 김씨 아저씨는 억새밭 작업반장직을 스스로 맡아 몇 안 되는 다른 성씨들을 규합했다. 신경전 끝에 백씨들도 뉘우치고 작업반장 김씨 등을 제대로 대우하면서 화합한다는 신파다. 우화이긴 해도 이게 답이지 싶다.
 

네이버 집성촌에서 여러 작업반 다양하게 자생하게 지혜모아야

당장은 네이버 집성촌 안에서 여러 작업반이 다양하게 자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네선생은 뉴스생산 작업반이나 만화 창작 작업반에게 심리적 보상까지 확약하는 고감도 유통사업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뉴스가치, 뉴스생산자 기여도, 언론기업들 제값받기를 왜곡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첫 화면 네이버 뉴스스탠드 위에 띠 광고처럼 번득이는 연합뉴스 기사가 대표적인 왜곡 대못이다. 다른 작업반들이 고생해서 소쿠리(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와중에 값싸고 실한 수입산 들여온 격이다. 실·급·검(실시간급상승검색어)도 정보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웹툰이 하는 만화도 네이버 밴드가 한다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검색광고나 지식쇼핑도 같은 상황이다.

이런 시장지배력 오남용을 네이버 집성촌이 그대로 고집한다면 100% 네선생 집성촌이 되고 만다. 그러다 만약 다른 성씨를 가진 미디어들이 외부에서 전기나 수도를 끊어 버린다면? 집성촌도 끝장이다. 파릇파릇한 여러 작업반들이 골고루 제몫 다하고 제값 받도록 배려해야 함께 잘 살 수 있다. 과거 SKT 멜론이 이통사 탐욕과 폭리에 치를 떨던 음악 산업 토박이들과 끝내 화합해가며 튼실한 음원시장과 글로벌 K POP 효과를 거둔 것처럼 노력해야 한다. 멜론은 서울음반과 결합해 결국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대박콘텐츠를 창안한 로엔 엔터테인먼트로 잘 성장해주었다. SKT 집성촌이 배출해낸 또 다른 초강력 로엔 집성촌이 한류 텃밭을 살찌우게 한 미담이다. 

   
▲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8월 동반성장과 상생을 강화하기위해 벤처기업들과의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킨 후 벤처기업인들과 협약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 집성촌, 지배력 오남용 기득권 버리고, 일부 언론사 '방화' 유혹 거둬야

네이버 집성촌도 용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고의와 탐욕으로 시장 지배자가 된 게 아니라는 미필적 강자로서 억울함은 접어 두고 당장 빈사 상태인 뉴스나 만화 등 소품종 작업반들과 교감해나가길 권한다. 더불어 일부 언론사나 콘텐츠벤처들도 네이버 집성촌에 불이나 확 지르자는 충동은 거둬야 한다. 오로지 자기 작업과 창작 생산을 키워 또 다른 집성촌을 자기 이름으로 창출해 자립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터이다. 

한국도 그렇고 세계 미디어 시장이 구글이나 네이버 집성촌만으로 고착화되기 만무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러 강건한 집성촌이 군락을 이룰 전망이다. 현재 울화가 치밀 수도 있는 약자들을 위무할 심리적 보상을 실행하고 몇 가지 지목된 시장지배력 오남용 소지를 없애는 상생 노력을 기대한다. 자칫 네선생이 우물쭈물 답 못하는 사이 다른 외래종이 떡 하니 들어온다면 어찌 하겠는가? 되도록 빨리 큰 이름 네이버가 먼저 손을 내밀길 바란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