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각종 의혹이 제기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자진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첫 낙마 사례를 기록, 청와대의 인사 부실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 안팎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잇따르는 와중인 18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해 정국에 냉기류가 짙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15일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던 14일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대택하지 않자 17일을 시한으로 국회에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했다. 하지만 국회가 이 시한을 넘기자 바로 다음날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은 예고된 것으로 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관 정부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고, 국회에 의견을 묻는 것은 참고용일 뿐”이라면서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출석 및 사퇴까지 압박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를 규정짓고 총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야당 일각에서 “강경화가 마지노선”이라고 선포한 만큼 먼저 일자리 추경안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국회가 아닌 여론과 협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보다 더 거세게 반발한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이란 치킨게임을 멈추시라”며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장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이라는 액셀레터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려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따라서 이달 말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태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험로를 예고했다. 

김상곤 후보자의 경우 교육부장관 후보자로서 광범위한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어 야당의 거센 공세가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 2006년 당시 한신대 교수이던 김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던 전국교수노조가 갓 취임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사퇴를 종용해 결국 취임 12일만에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던 일이 빌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엽 후보자는 2007년 음주운전 전력이 논란을 빚고 있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 도덕성에 심각한 흠결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음주운전을 한 배경에 대한 조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까지 더해져 청문회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장관 임명식을 마치고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과 차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의 모습 역시 역대 정권과 다르지 않아 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이라는 말로 공격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강경 모드이다. 8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로 자신감을 얻은 문 대통령은 집권동안 최대 목표로 삼은 개혁을 수행할 ‘최상의 팀 구상’을 밀어붙이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비교적 탕평인사로 평가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강 후보자보다 오래 전부터 문 대통령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에서 심각한 의혹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상곤 후보자나 조태엽 후보자는 대선캠프 출신인데다 사퇴한 안경환 후보자는 과거 참여정부 때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의 공약수립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조국 민정수석과 안 후보자는 서울대학교과 참여연대 등에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인사 파문은 야권 각 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여야 하는 당 안팎의 주도권 다툼과도 무관치 않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현역 불패’란 말대로 국회의원 장관 후보자들은 쉽게 통과되는데도 강 후보자처럼 상대적으로 의혹이 가벼운 후보자들까지 발목을 잡혔고, 야당이 이를 철회하는 데에도 인색하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뒤늦은 인사추천위원회 가동 소식은 기대와 함께 큰 아쉬움도 남긴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신임하는 참모진들의 자의적인 판단을 과하게 믿은 나머지 진작부터 인사추천을 시스템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만약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 처리가 지지부진한 데 이어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문 대통령의 실패가 몇가지만 이어져도 지금의 지지율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지금 지지율은 사실상 처음 탈권위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에 따른 높아진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국정운영이 진행될수록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청와대의 인사추천위원회는 모두 세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다방면에서 후보 추천이 이뤄지면 인사·민정수석실에서 2~3배수의 후보자로 압축해 약식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후 후보자의 명단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1~2배수로 압축된 뒤 정밀검증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최종 통과한 후보자에 대해 인사발표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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