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전면 재검토 가능성 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기하면서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도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기하면서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도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젠제공=연합뉴스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없던 일’로 돼 버린 건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지 1년 5개월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선 “우려스럽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그동안 추진돼왔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정책 신뢰성에 금이 간다”는 지적이다.

20일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김용진 2차관을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공운위는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확대‧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고, 각 기관이 임금체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폐기선언을 한 셈이다.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성과연봉제 관력 취업규칙을 재개정해 기존의 보수체계로 환원 또는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의 경우, 성과연봉제를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사합의 없이 의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취업규칙 재개정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기업이 성과연봉제 폐기 수순에 돌입하면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기로 했던 민간은행들도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은행권은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가 만든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에 따라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밝힌 곳은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성과연봉제는 근속 연수와 직급에 따라 매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성과를 평가에 연봉에 차등을 두자는 게 골자다. 특히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잡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연봉제를 무작정 폐기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가 있으면 논의를 거듭해 보완하면 되는데 정책을 아예 없던 일로 백지화하면 또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다. 성과연봉제 철회 움직임에 일부 공기업은 1년 사이에 제도를 2번이나 바꾸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성과연봉제는 공공부문의 개혁 일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하려 던 것이다”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정권의 코드맞추기 이며, 스스로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