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으로 미국을 방문한 28일(현지시간)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 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태극모양의 화한을 헌화한 뒤, 기념사를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며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진호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1950년 11월26일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저수지인 '장진호'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 1사단 주축의 연합군 1만3000여명이 중공군 12만 명에게 포위돼 큰 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10만여명의 난민은 일명 '흥남철수'로 불리는 피난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난민을 구출하라'는 알몬드 장군의 명령을 받은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렸다"며 "무려 1만4000명을 태우고 기뢰로 가득한 ‘죽음의 바다’를 건넌 자유와 인권의 항해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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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기념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그러면서 그는 "2년 후, 저는 빅토리 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며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여러분과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다"며 "감사와 존경의 기억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 변호사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죽기 전에 통일된 한반도를 꼭 보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저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산사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며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에 앞서 기념사를 전한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 국군은 미군 동료들과 함께 용감하게 싸웠다"며 "우리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함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넬러 사령관은 기념사를 마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진 기념식수 이후 문 대통령은 넬러 사령관과 악수하고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흥남철수작전을 지휘한 포니 대령의 손자 네드 포니씨는 양복 양쪽에 각각 달고 온 한국·미국 해병대 뱃지 중 미 해병대 뱃지를 떼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우리 측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안호영 주미대사 내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이욱헌 의전장,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 대변인, 조구래 북미국장, 김용우 합참 전략본부장, 안민석․김경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미국측에서는 로버트 넬러 해병대사령관과 글렌 와터스 해병대부사령관를 비롯해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인 스티븐 옴스테드 중장, 워렌 위드한 대령, 흥남철수 작전 관련 인사인 로버트 루네이 제독, 토마스 퍼거슨 대령, 네드 포니, 흥남 철수 작전을 설득한 현봉학 박사의 딸인 헬렌 현-보울린 부부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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