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언급 없어 미측의 우려 불식 평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공동언론발표에서 사실상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간 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적어도 앞으로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 개정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양국의 공동성명에서는 명확한 문구가 없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발표에 장황한 표현이 담겨있는 점을 들어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례가 된 대로 양국 정상은 30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및 확대 회담을 가진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양 정상이 각각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를 보면 문 대통령의 경우 ‘북핵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과 ‘한미 무역협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 앞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면서 “우리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발표문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서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인 성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사실상 재협상으로 풀어가는데 동의한 셈이라는 지적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 앞부분에서 문 대통령의 6.25전쟁 기념비 헌화를 언급하며 한미 양국이 피로 맺은 동맹관계인 것을 강조하면서도 곧바로 “우리의 목표는 역내 평화와 안정과 번영에 있고, 그래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공정한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공정하면서도 상호 호혜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다. 한미 무역협정이 2016년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불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심각한 자동차라든지 청강의 무역 문제에 대해 지난밤에 이야기했다”며 한미 정상간 만찬 이후 미정부 관리들과의 논의 내용을 언급,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유정용 강관 등 철강 제품에 대한 덤핑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FTA에 대해 “미국에 거친(rough) 협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대선 때 “끔찍한 협정”이라고 했던 것보다 완화된 것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는 이런 저의 우려 표명에 대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미국의 근로자와 사업가들, 특히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정하게 한국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로써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대화하는 일명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켰지만, 실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준 노동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을 고수한 셈이다. 회담 전 한때 주요 의제로 거론됐던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언급은 문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나왔을 뿐이다. 

양 정상간 공동언론발표 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을 합의한 일이 없다”며 “앞으로 양측 실무진이 한미FTA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 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미 한미FTA에 대한 평가를 끝냈고, 재협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시각도 나왔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이후 7시간여만에 공동성명이 나온 점에서 백악관의 늑장결재 이유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이 늦게 결재했다는 것이 나와 있는 해명이지만 앞서 인도와 일본의 경우 정상회담 뒤 1시간 안에 발표된 것과 대비된다. 

당초 합의된 공동성명 원안 그대로 발표된 것이라고 하지만 발표 직전까지 한미 실무진들이 물밑협상을 통해 합의문 단어 하나까지도 치열하게 밀고 당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미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으로는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 지속’,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에서 중국의 중요한 역할에 주목’, ‘한반도의 평화통일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지지’와 함께 ‘철강 등 원자재의 전 세계적인 과잉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 장벽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공약’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