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시장개입' 의사 드러냈지만 새로운 부작용 우려
‘저금리 시대 장기화’라는 현실이 무색하게도 정작 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여전히 금융권의 벽은 높게만 느껴진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로 출시된 금융상품에서 정작 서민은 배제를 당하고, 결국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감당하며 제2, 제3금융권으로 내몰리는 ‘금융소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수장들의 빈자리가 채워지면서 모두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부르짖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백년하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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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15년 12월 16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 날을 금융권의 ‘대세’가 바뀐 날로 지목한다. 이 날 세계 금융의 중심에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랜 침묵을 깨고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2015년말 0.25%~0.50%로 인상된 미국 기준금리는 해를 바꿔 2016년 12월 14일 0.50%~0.75%로, 2017년 3월 15일 0.75%~1.00%로 인상된 이래 지난달 15일(한국기준) 또 다시 1.00%~1.25%로 인상됐다. 

   
▲ 정부 출범 한 달 여 만에 부랴부랴 금융권 인선을 마무리 짓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금리 인상이 한국에 주는 파급효과는 컸다. 드디어 한국과의 기준금리가 연 1.25%로 같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는 만큼 일각에선 대규모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같은 이자라면 미국시장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계산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에 한국은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란 국가경제 자체를 삼켜버릴 정도로 커져버린 가계부채다.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2015년 1200조를 돌파하더니 올 1분기 말에는 1360조원에 육박한다.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복잡한 이유는 금리를 ‘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를 올릴 경우 이미 돈을 빌린 대출자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그렇다고 내리면 추가 대출자가 생겨 가계부채 절대액수가 늘어난다”며 “금융당국으로서는 역대 최악 수준의 난제에 직면해 있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발 금리인상 이슈가 점화된 만큼 한국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점에는 금융권 안팎에서 크게 이견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중채무자나 저소득층 등 서민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이다. 이미 금리인상 기조에 대비해 대출상품 리뉴얼에 들어간 제1금융권은 대출 금리를 올리며 서민들에 대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정부 출범 한 달 여 만에 부랴부랴 금융권 인선을 마무리 짓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집권 후 최초로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골간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였음을 보면 규제 강화 기조가 드러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박근혜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를 키웠다”며 규제 강화를 기정사실화 했다.

부동산 분야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금융권 역시 규제강화 기조가 우세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일치된 시각이다. 

이달 초 새롭게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또한 연체차주 회생방안, 은행과 카드 수수료 절감문제 등에 대해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뉘앙스의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은행과 카드 수수료 절감문제는 서민금융 부담 경감과 함께 봐야 한다"며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암시했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에 개입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금융소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이슈가 법정 최고금리다. 정부는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올해 최고금리를 25%로 인하하는 데 이어 2021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추는 ‘규제 강화’ 계획을 밝혀둔 상태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를 내릴 경우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는 경우가 많아 과연 규제 강화만이 답인지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는 대신 제1,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져 새로운 피해를 받는 계층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한 번 제도권 바깥으로 튕겨나간 금융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가혹한 처지에 놓이게 돼 새로운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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