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망 6명 실종 290명 구조 179명..."최악의 참사"
전남 진도 해상에서 수학여행 학생 수백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침몰, 6명이 숨지고 29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과 민·관·군이 선박과 헬기 등이 총동원해 구조활동과 수색작업을 펴고 있으나, 생존이 확인되지 않는 인원이 워낙 많아 최악의 참사로 번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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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구조대원들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학교 측은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고 섣부른 발표를 했다가 거센 비난을 샀고 정부 당국도 구조자의 통계를 오락가락하는 혼선을 빚으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6647t급 여객선 '꽝'하고 침몰
16일 오전 8시58분께 진도군 조도면 병풍동 북쪽 1.8마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647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0여명과 교사 10여명, 승무원과 일반 승객 등 475명이 탑승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15일 오후 9시께 인천항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 이튿날 낮 12시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출항 당시 인천항과 앞바다에는 안개가 심한 상태였으며, 이 때문에 여객선 출항 시간이 연기되기도 했다. 생존자 유호실(59)씨는 "배가 기울기 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밖에 있던 컨테이너가 쏟아지고, 배가 45도 이상 기울면서 사람들이 반대 쪽으로 쏠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93년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 최악의 선박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민·관·군, 구조·수색 '올인'
해경은 조난 신고 30분만에 헬기를 급파해 승객 6명을 구조했으며 이후 해군, 민간 어선 등과 합동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17일 오전 2시 현재 179명이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박지영(22·여)씨와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권오천(17)·임경빈(17)군,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
부상자와 구조된 승객들은 진도 실내체육관과 목포 한국병원, 서거차도, 해남 우리병원 등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된 상태다.
해경은 112잠수구조대와 특공대까지 투입해 밤샘 수색·구조작업을 펴고 있지만 거센 물살과 소용돌이로 많은 애를 먹고 있다. 구조작업에는 함정 168척과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454명이 투입됐으며 18일부터는 침몰한 선체 인양을 위해 대형 크레인 3대도 동원할 예정이다.
◇침몰 원인 '안갯 속'
당국은 운항에 지장을 줄 만큼 시정이 나쁘진 않았지만 인근 해역이 수심이 낮은 암반지대고,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곳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암초와 부딪혔다면 구멍이나 흠집이 생겨 순식간에 배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됐을 수 있다. 선체 결함이나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였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선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진환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예단할 순 없지만 '꽝'하는 폭발음이 났다면 엔진 룸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며 "엔진 폭발로 인한 선박 좌초는 흔한 사례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는 "정황상 내부에 원인이 있어 보인다"며 "특히 사고 해역은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조류가 센 곳으로, 엔진 결함으로 인한 폭발로 선체가 손상돼 순식간에 물이 유입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과속이나 졸음, 음주 운항, 또는 선박 내부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상청는 사고지점과 가까운 목포의 경우 오전 3시께 시정이 3㎞로 나빠졌지만 이날 오전 9시께 5㎞로 호전됐고 가시거리도 여수 5㎞, 완도 8㎞, 흑산도 20㎞ 등으로 시정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정부-학교측, 혼란 자초
정부는 이날 오후 1시 368명이 구조됐다고 밝혔으나 "집계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구조인원을 재확인해 164명으로 급히 수정했다. 이후에도 탑승자 통계는 수차례 정정됐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은 "집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도 정확한 숫자는 확인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민간 어선과 군, 경찰 등 여러 주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구조하고 인도하다보니 혼선이 빚어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체계적인 통계작업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과 단원고도 오락가락한 발표로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교육당국은 오전 11시9분과 16분께 두차례에 걸쳐 '학생 전원 구조' 사실을 외부에 알렸으나 해경이 일부 사망 사실을 발표하자 뒤늦게 이를 서둘러 번복했다.
이에 사고소식을 듣고 학교에 몰려온 학부모 300여 명은 '전원 구조'라는 발표에 안도하며 환호했다 '구조 중'이라는 발표에 오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김모(47·여)씨는 "구조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딸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진도로 출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학교와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늑장 대응이 수학여행 여객선 침몰사고의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해경, 항해사 등 소환 조사
해경은 이날 오후 세월호 1항사와 조타수 등을 소환해 항로와 사고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선장 이모씨는 구조작업 지원을 위해 소환 중 다시 사고 해역으로 돌려보냈다.
세월호에는 선장과 1항사 2명, 2항사 1명, 3항사 1명, 갑판장, 조타수 3명, 기관장 1명 등 여객선 관계자 2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또 외국인가수 2명과 아르바이트 3명, 불꽃놀이 담당자 1명도 승선했다.
해경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확인을 통해 항로 궤적을 확인하고 생존자들이 전한 "쾅하는 소리가 났다"는 실체를 파악중이다. 또 선체에 구멍이 뚫린 이유가 암초와 부딪혀 발생한 것인지 내부 원인에 의한 것인지도 규명할 예정이다.
◇"무사히 구조되길" 간절한 기원
세월호 침몰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무사 구조를 기원하고 있다.
회사원 최종원(43)씨는 "모두가 무사히 구조되길 바란다"며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혜정(23·여)씨는 "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구조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원생 이정원(29·여)씨는 "구조된 학생들이 더 큰 상처가 남지 않도록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힘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이디 'rlwjd***'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소식"이라며 "대형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누리꾼 아이디 'opi***'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구조된 학생들의 치료와 안정"이라며 "학생들이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잘 보듬어 줘야 할 때"라고 전했다.
◇세월호는 어떤 배
길이 146m, 폭 22m의 6647t급으로 국내 최대 크루즈 선박 중 하나다. 최대 승선 인원은 921명이며, 차량 220대를 실을 수 있다. 21노트의 속도로 인천과 제주 간 265마일을 운항한다. 13시간30분이 소요된다.
세월호는 인천∼제주간 항로로 지난해 3월15일 취항했다. 매주 화, 목요일 오후 6시30분 인천항을 출발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제주에서 출항한다. 기존 오하마나호와 더불어 수도권에서 배를 이용해 제주도로 가는 유이한 배편이다.
세월호는 올해 2월10일부터 10일간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대형 선박 정기검사는 5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고 이와 별개로 매년 중간검사를 받고 있으며 세월호도 외부 전문기관에 의해 정밀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