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현황
10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1997년 59조 원에서 2012년 358조 원으로 15년간 299조 원 증가했고, 2004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부채규모가 크거나 부채증가를 주도한 10개 주요 공공기관에는 한국가스공사(가스), 한국석유공사(석유), 한국전력공사(한전), 대한석탄공사(석탄), 한국광물자원공사(광물), 한국도로공사(도공), 한국수자원공사(수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시설)이 포함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약 493조 원(GDP 대비 약 39%)으로 국가채무 규모(약 443조 원)보다 크고, 전체 공공기관에서 10개 공공기관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3%이다. 공공기관(2013년 기준 총 295개)은 공기업(30개), 준정부기관(87개), 기타공공기관(178개)으로 구분한다. 공기업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며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다. 공기업 중 자산규모가 2조 원 이상이고 총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85% 이상이면 시장형 공기업(14개), 시장형 공기업이 아닌 공기업은 준시장형 공기업(16개)으로 분류된다.
부채관리의 필요성
10개 공공기관의 금융부채 금융부채는 그것으로 인하여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로 사채, 차입금 등이 해당된다. 또한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공기업이 자본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규모와 비중도 2008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공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각종 요금을 인상하는 것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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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8개공기업을 민간기업의 주채무계열제도의 평가방식을 원용해서 재무구조를 분석하면 코레일과 한전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가스공사와 LH는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레일 노조의 파업당시 직원들이 파업철회와 일터 복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주요 공기업들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받고 있다. 2013년 기준 한전, 가스, 코레일, 도공, 광물, LH, 수공, 석유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로부터 받은 신용등급은 모두 AAA이다.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높은 이유는 해당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사업내용이 탄탄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과 독점 사업자의 지위 등의 요인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으로 인해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공기업들은 비슷한 수준의 재무 상태를 가진 민간 기업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는 자본시장의 효율적인 자금배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기업의 독자적인 재무 상태만을 고려해 평가한 독자신용등급(stand-alone credit)은 높지 않다. 현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가 독자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8개 주요 공기업의 독자신용등급은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며, 유사시 정부의 재정지원 능력과 의지가 반영된 종합신용등급(final credit)보다 5~9단계 낮은 수준이다. 대한석탄공사는 해외채권을 발행하지 않아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컨대 LH의 경우, S&P에서 매긴 2012년 현재 신용등급은 A+인데 반해 독자신용등급은 9단계나 낮은 B+(투자부적격 등급)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의 STX팬오션과 동양시멘트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B+와 B-로 평가한 바 있다.(회사채는 각각 BB+와 B+) 공기업의 독자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이유는 결국 높은 부채비율 때문이고, 따라서 이들의 부채비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 하여금 정부의 재정지원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반영하여 공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한 독자신용등급을 매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편, 주요 공공기관의 이자보상배율 추이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기관이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란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그것이 1 미만일 때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비용이 더 큰 경우를 말한다. 부도위기를 맞기 직전인 2012년 말 STX와 동양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8.35와 0.87로 1 미만이었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의 공기업 적용
민간기업 구조조정 체계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영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채무를 조정하여 기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경영전략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과거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와 체결한 양해 각서의 이행사항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당시 강도 높은 재벌개혁과 함께 기업,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방만한 차입경영을 지양하고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춤으로써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에는 법원 주도에 의한 절차, 자본시장에 의한 절차, 그리고 채권자 주도에 의한 절차 등 크게 세 가지 제도가 있는데, 이 중 채권자 주도에 의한 기업구조조정 절차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강화되고 있다.
채권단 주도 기업구조조정은 다음과 같은 제도로 이루어져 있다. 여신 규모 500억 원 이상 개별기업에 대해 채권은행이 부실징후기업을 선별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제도가 있다. 채권액 500억 원 미만의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에 따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실징후가 있는 주채무계열(전체 신용공여잔액 대비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이 주채권은행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도 있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
대표적인 재무구조조정 제도로서 주채무계열 대기업군을 대상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가 있다. 금융권 신용공여액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된 주채무계열 대기업군 중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기본적인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바탕으로 수익성, 채무상환능력 및 재무안정성 등 5가지 항목에 대하여 등급을 매겨 결정한다. 매출액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배율은 최근 3개년 비율의 평균값을 사용하고 나머지 지표는 현재 비율을 적용한다.
각종 재무비율별로 받은 점수를 합산하면 총점이 산출되는데, 이때 총점이 부채비율 구간별로 부여된 기준 점수 미만이면 해당 기업군은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분류된다.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선정 시 정량적 평가인 본 재무평가를 기본으로 하지만 정성적인 평가도 반영하여 최종 약정체결 기업군을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주채무계열 선정 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 해당 기업군은 자산 매각, 계열사 및 사업 조정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된다. 주채권은행은 기업의 여신상황을 포함한 기업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경영악화가 채권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 채권은행협의회를 구성하여 처리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약정 체결을 거부하거나 체결된 약정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군에 대하여 주채권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신규여신 중지 및 만기도래 여신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사적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 외부적 간섭에 의해 재무 상태를 감시하는 체계이다.
공기업 재무구조 평가
8개 주요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하기 전에 이들의 대표적인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전과 코레일의 경우 최근 들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음의 값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자보상배율도 1 미만인 경우가 있어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스공사와 LH의 경우에는 자기자본 중 총차입금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어 재무안정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각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인데, 특히 LH와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이다.주채무계열에 대해 실시하는 재무구조 평가를 8개 주요 공기업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여 그 결과를 보면 몇몇 공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는 ‘외적 개입을 통한 강제적 워크아웃’이란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군 전체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하여 연대적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과 지나치게 획일화된 평가기준 및 사실화되지 않은 부실가능성만으로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주채무계열 제도의 직접적인 도입이 아니라 부실징후 또는 재무적 위험이 감지되는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개선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하여 시행하는 메커니즘 자체의 필요성을 논의하고자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 제도를 공기업에 시험적으로 적용시켜 보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재무구조 평가에서 받은 가스공사, 한전, 코레일, LH의 점수가 기준 점수 이하이거나 하락하는 추세에 있어 지속적인 부채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단, 한전의 경우 2013년도에 획득한 재무평가 점수가 기준 점수보다 높아 재무구조 개선의 여지가 보이고 있다. 이는 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각종 평가제도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재무평가 시스템을 통해 재무위험을 판단하고 구조조정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민간 기업의 경우 재무상황이 호전되어 구조조정을 마친 사례가 있다.
공기업 재무구조 평가제도 개선의 필요성
주채무계열에 대해 실시하는 재무구조 평가를 8개 주요 공기업에 대해 시험적으로 적용한 결과 몇몇 공기업의 경우에는 재무 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채무계열 평가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스공사와 토지주택공사의 재무구조는 개선될 필요가 있고, 한전과 코레일의 재무구조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물론 실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대상 선정 시 정성적인 평가 부분도 반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주채무계열 제도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 재무구조 평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정량적 평가인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를 공기업에 대해 시험적으로 적용·실시한 것이다.
2014년 4월에 재무구조 평가의 부채비율 구간과 기준 점수가 변경되어 5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지만, 2013년도 기준으로 평가한 본 보고서의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스공사, 한전, 코레일, LH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은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부채증가나 각종 요금 규제로 인한 지속적 영업적자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공기업 재무 상태를 관리·감독하는 제도적 장치 등이 미흡하여 초래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각종 제도의 개선방안이 공기업 부채관리를 위한 여러 방안과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공기업 재무 자료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이들의 재무 상태를 평가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기업으로 하여금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하는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를 공기업에 도입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고, 다만 부실징후 또는 재무위험이 감지되는 경우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정회상 ․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