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이 정치와 손잡을 때가 가장 위험…지금 한국은 위기
   
▲ 조우석 언론인
인류의 앞날이 밝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둘러싼 20세기 거대담론을 지배해 온 것은 단연 비관주의적 관점이었다. 1980년대엔 산성비 공포가, 1990년대엔 세계적인 전염병 전망이 대세였고, 이후 2000년대엔 지구 온난화 담론이 바통을 잇고 있다. 실은 인류 미래에 대한 비관과 환경 공포의 원조는 1960년대 인구 폭발과 세계적 기근에 대한 비관론이다.

토마스 맬더스의 가설을 인용해 인구과잉으로 조만간 지구에 재앙이 닥쳐온다는 경고가 지구촌을 사로잡은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언론이 나팔을 불어대니 일반인들이야 그것에 부화뇌동하기 마련인데,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상황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에 '환경 좌파'로 변질된다.

노엄 촘스키, 앨 고어, 마이클 무어, 재레드 다이아몬드, 레이철 카슨 등 외국의 이른바 유명 전문가도 끝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들먹이며 지속적으로 인류문명을 비판하는데, 은근한 저주의 목소리를 곁들인다. 사막 확대, 악성 전염병, 물 전쟁, 석유 고갈, 정자 수 감소, 엷어지는 오존층, 산성비, 광우병, 소행성 충돌….

실은 녹색주의와 좌익과의 커넥션은 가히 전지구적 현상이다. 환경론이 과학을 벗어나 교조화되면서 정치와 손을 잡는 현상인데, 그 계기는 1968년 <로마클럽 보고서>다. 이때 좌파 학자들은 순진한 과학자들을 앞세워 자원 고갈로 인한 지구 종말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1968년 <로마클럽 보고서>의 허구

처음에는 성장의 한계라는 말이 쓰였으나 점차 지구 종말로 단어가 업그레이드가 됐다. 그게 허구 내지 과장이라는 게 모두 드러난 지 오래인데도, 저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환경론은 과학이 아니라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일테면 종말론은 공산주의가 기독교에서 차용한 단어이지만 이번엔 환경론자들이 그걸 내세웠다는 걸 유념해주기길 바란다.

그들은 엄숙한 어조로 말한다. "지구의 표토는 침식되고 하천은 말라가며 자연의 균형은 파괴되고 인간은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 어떠신지? 이런 '환경좌파'가 사이비 종말 신학과 무엇이 다른가를 따져 봐야 한다. 환경좌파들은 일체의 개발은 시급히 중단돼야 마땅하고 경고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40년 원전 제로 정책을 천명했는데, 현재 계획 중인 신규 원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이른 시일 내 탈(脫)원전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마치고 나오다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할머니가 오열하자 다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어떤 땅인가? 이런 '정치화된 환경론'에서 강력한 영감을 받은 게 좌익세력이고, 그들이 완장을 차고 설친 지 오래됐다. 그래서 지난 10년 새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과 낭비가 벌어졌는가? 명분 그럴싸한 도룡뇽 알 때문에 국책사업인 고속철도 공사가 중단된 건 일부일뿐이다.

비슷한 이유로 새만금이 무기한 표류를 해왔으며, 해방구를 연상하는 전투적 환경운동가들의 투쟁에 막혀 원자력발전소 폐기물처리장조차 거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니다. 이젠 더 이상 한가한 말을 할 때가 아니다. 그런 환경좌파 논리의 끝판왕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게 이른바 탈(脫)원전이다. 얼마 전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40년간의 발전(發電)을 멈추고 영구 퇴출된 이후 현재 공정률이 30%에 달하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사건이후 세상이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으로 2040년 원전 제로 정책을 천명했는데, 현재 계획 중인 신규 원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이른 시일 내 탈(脫)원전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거듭되고 있는데, 당장 시공 업체들은 공사 중단의 법적 근거, 조치를 해야 할 업무 종류,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을 명확히 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권력이 시퍼런 정권 초반에 힘에 약한 기업들이 반발하는 현상도 흔한 일이 아니다. 뭔가 문제 있다는 뜻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8개월간 심의를 거쳐 작년 6월 최종 허가했다. 관련 기업이 600곳이나 되고, 현재 공정률이 30%에 육박한다.

'원전=환경 재앙' 아니다

그런 원전 공사를 법적 근거와 최소한의 절차적 요건, 피해 보상책 등도 미흡한 채로 불과 사흘 만에 민간 기업에 중단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몇몇 시공업체의 이해득실 차원이 아니라, 새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극적인 전기 마련이 없다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새 정부 방침 그 자체도 경솔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절차도 거의 막무가내 수준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법적 근거나 절차의 정당성도 미흡한 채로 수 조원짜리 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 맺은 민간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조선일보 11일자 사설 '38개월 심의 원전 건설, 사흘만에 무근거 무대책 중단'에서 그렇게 경고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문재인 정부가 환경근본주의에 사로 잡혀있다는 점이 아닐까? '원전=환경적 재앙'으로 등식화하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다.

그런 생태주의 마인드에 사로잡힐 경우 원전이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고효율 발전수단이며, 국내 전력 공급 의존도가 30%에 달하는 점이 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연 효율적인 정책구상도 불가능하다. 새삼 상식을 재확인하지만, 정치화된 생태주의, 환경좌파의 멘탈을 벗어나야 올바른 환경정책을 포함한 균형 잡힌 국가정책이 나올 수 있다. 환경론은 물론 지식정보가 온통 정치화되고 오염된 대한민국은 그래서 정말 위기의 나라가 맞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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