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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경제평론가 |
면세점 선정과정에서 비리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사실여부를 떠나서 면세점 사업에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면세점은 민간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사업이다. 우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고, 세금이 면제되므로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싸다.
가격이 낮으면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원리에 관광객 수가 해마다 증가하니 사업의 성공을 쉽게 예상할수 있다. 그래서 많은 민간기업은 면세사업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면세점 사업에 들어갈 수 없다. 많은 민간사업자 중에서 일부만을 정부가 그들의 기준에 따라 심사해서 몇 개 업체만을 허가한다. 이른바 면세점 사업의 '허가제'다.
허가하는 정부의 주관기관은 관세청이다. 허가라는 규제를 많이 가진 부서가 힘이 세고, 공무원들이 가고 싶어 한다. 허가라는 그들만의 무기를 가지기 위해선 허가해야 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논리는 업체가 난립해서 시장이 혼란하게 되고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독과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탐욕스러워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그 시장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면세점 규제 뿐 아니라 모든 정부의 규제는 대체로 이런 논리가 대부분이다.
면세점 정책방향의 핵심은 정부와 시장기능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이다. 현행 제도는 시장을 불신하고 정부를 선택했다. 이를 좀더 경제논리로 풀어보면 시장실패를 정부가 교정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시장실패와 함께 우리가 꼭 머리에 둬야 하는 개념이 '정부실패'다. 정부는 절대 천사가 아니다. 정부는 총체적 개념이고 공무원 개개인이 결정하므로 민간이 이윤을 생각하듯이 공무원도 개인과 부서의 끗발을 위해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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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바다에 살면서 간혹 자유의 필요성이 요구될 때 정부에서 선심쓰듯이 '자유의 섬'을 만들어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면세점 정책방향은 확실하다.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어 '자유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신세계면세점 명동점 |
현재는 면세점 사업을 허가하는 기관이 관세청이지만 인천공항과 다른 부서들이 탐냈던 이유다. 한 부서의 규제권은 그 부서 직원들의 권력이므로, 민간기업은 권력에 머리를 숙이고 때론 뇌물로 거래하려 한다. 한 부서의 규제권은 그 자리에 있는 공무원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고 퇴직 후의 삶은 안락하게 한다. 많은 퇴직 공무원이 규제대상 민간기업에 임원으로 가는게 그 이유다.
이렇게 규제는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현재 뿐아니라 미래 삶까지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할수 있다. 그래서 규제는 공무원의 밥과 같다. 그래서 규제를 유지 혹은 강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장과 기업을 공격한다.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서 나타난 이번의 면세점 관련 비리는 '정부실패'로 표현할 수 있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실패로 나타났다.
이제 면세점 사업은 정부 대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최소한의 요건만 만족시키면 면세업을 하고픈 모든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선 이를 난립이라고 표현하지만, 난립이 아니고 경쟁이다. 경쟁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기능을 한다.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과당경쟁 등으로 표현하지만, 경쟁이야 말로 위대한 창조로 이어진다. 경쟁의 결과로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을 애기하나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독과점은 나쁜게 아니다.
정부가 규제로 만들어 준 독과점은 나쁜 것이지만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 독과점은 좋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의 미학은 독과점 기업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쟁이란 규칙이 작동하는 한 언젠가는 다른 기업에 의해 독과점 기업이 대체된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 방향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는 쪽이다. 결국 전체 국민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정책방향이다.
면세점을 포함한 모든 정책방향은 시장과 정부를 보는 기본시각에서 출발한다. 시장경제가 국가를 번영케 하는 이유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의 바다'에서 살아야 한다. 허나 정부가 꼭 개입해야 할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그땐 우린 자유의 바다에서 간혹 '규제의 섬'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린 자유의 바다가 아니고 '규제의 바다'에 살고 있다.
규제바다에 살면서 간혹 자유의 필요성이 요구될 때 정부에서 선심쓰듯이 '자유의 섬'을 만들어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면세점 정책방향은 확실하다.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어 '자유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신고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규제의 섬'을 만들면 된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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