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제보조작' 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을 향해 '머리 자르기'라고 지목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급기야 '추미애 패싱'을 불러온 것은 그녀의 단골 막말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정치신인 시절부터 다양한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일각에서는 막말 '제조기' 라는 말까지 나온다. 

2001년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추 대표는 한 저녁 자리에서 특정 언론사를 향해 '×같은 조선일보' '(동아일보)사주 같은놈' '이회창 이놈'등이라며 욕설을 퍼부어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13일 국민의당에게 '머리 자르기' 발언을 해서 당 지도부 전체를 제보조작 의혹 속에 넣어버리는 바람에 국회 마비를 불러온 추 대표를 대신해 대리사과하면서 당사자인 추 대표는 머쓱한 상황에 놓였다.

사태가 확산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찾아 추 대표의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을 사실상 대리 사과했다.

실제로 추 대표를 제쳐둔 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등 야당을 설득, 정국 경색을 풀어내면서 야권에서 '추미애 패싱'이란 말이 나왔고, 이로 인해 향후 추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6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국정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여당 대표인 추 대표가 야당과 협상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망정 트러블 메이커를 자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현 여당은 과반을 넘지 못하므로 그 어느 때보다 협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이다. 보다 못해 청와대의 임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이 민주당 우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긴박하게 움직이며 돌파구를 찾아냈다. 

설상가상으로 야당들은 앞으로도 추 대표를 대놓고 무시할 태세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에 대해 사과한 이상,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추 대표의 어떤 발언이 있더라도 듣지 않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박 비대위원장을 만나 사과하고 국민의당이 국회 복귀를 결의하는 동안 추 대표는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방송을 녹화했다. 여당의 수장이지만 국회 정상화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 셈이다.

특히 추미애 대표의 막말은 사회적약자인 '성(姓)소수자'를 농담 소재로 사용해 의식없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추 대표의 '성소수자' 농담은 지난 6월 22일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부 장관 예방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도'씨가 아주 희성입니다. '추'씨 성도 아주 희성입니다"라면서 "성소수자가 장관이 됐다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성소수자 장관께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서 많은 성과를 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의 '성소수자' 농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매우 어둡다. 여권 성향의 야당에서도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꼬집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는 '성소수자' 발언에 이어 지난 6월23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예방 자리에서 "여성들이 아궁이 불을 잘 뗀다"는 농담을 건내 빈축을 샀다. 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한다면 '아궁이'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게 여성단체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추 대표는 막말뿐만 아니라 뜬금포 발언으로 정치권의 지탄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이 인용되자 추 대표는 같은 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당은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제1당으로서 이 역사적 순간을 무겁게 되새겨 새롭고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드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인용 과정에서 민주당의 공로는 상당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그러나 탄핵 인용의 주도세력이 '민주당'이라는 추 대표 발언엔 동의하지 못하는 시선은 상당하다. 추 대표 본인 입으로도 언급한 '촛불민심'이 탄핵 인용의 주도 세력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촛불민심의 대통령 탄핵 인용 촉구에 민주당만이 힘을 실은 것도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타 야당에서도 힘을 보탠 바다. 그 결과, 추 대표가 뜬금포 발언으로 야권 전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추미애 대표의 막말은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 통화에서 "추 대표의 막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막말 시리즈들이 있다. 추 대표의 경우 입으로 화를 부르는 스타일이다"면서 "대표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 이외 뒷이야기는 더 많다"고 말했다.

여권 성향이 강한 유시민 작가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당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초선의원이 자기 생각대로 말했다면 몰라도 집권당, 그것도 과반수도 안 되는 당대표의 의무가 뭐냐.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면 당대표 그만두고 평의원으로 돌아가서 대변인 맡아서 날마다 논평을 하지, 왜 당대표를 해요 솔직히 당대표의 직분에 어긋나는 발언이라고 본다.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머리 자르기' 강경 발언으로 인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가 사과한 것에 대해 당 내에서 거의 왕따 수준까지 됐다"고 말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의 예방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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