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하반기 실적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할 현대·기아자동차가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은 임금단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밟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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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본사/ 사진=미디어펜 |
한·미 FTA나 노조 파업 모두 현대·기아차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현안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내실 다지기 등 수익성 방어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14일까지 전체 조합원 5만274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4751명(투표율 89.01%)이 참여해 찬성 3만3145명(재적 대비 65.93%)으로 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6일 20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회사 측이 제시안을 내지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이에 반해 사측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06년 이후 최저치인 5.5%까지 감소한 점을 이유로 올해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현대차 임원들은 위기극복 동참 차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급여를 10%씩 반납하고 있다.
파업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10일간의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기간이 끝나는 18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중지로 3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 상반기 영업이익(3조1042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노조는 올해 사드충격 및 대규모 리콜에 따른 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두배 수준의 임금인상을 제시해 합의점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및 상여금 800%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사회공헌기금 확대 및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또 현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 정부에 한·미 FTA와 관련한 공동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논의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황상 자동차산업 등 FTA 체결 이후 한국이 크게 수혜를 입은 부문의 재협상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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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실적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할 현대·기아자동차가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월 한국과의 무역 과정에서 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며 FTA 재검토 및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6월 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개정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조만간 국내 자동차기업에 고관세 등을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한·미 FTA 발효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기업은 현대·기아차다. 국내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에 육박한다. 전체 해외판매 가운데서도 미국 시장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가 33.2%(33만5762대), 기아차가 30.6%(33만2470대)에 달한다. 중국과 더불어 1, 2위를 다투는 규모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지속적인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은 64만2096대로 전년동기 대비 8.6% 줄었다.
중국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기아차는 사드충격 여파에 시달렸던 올 상반기 42만88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47% 급감한 수치다. 사드충격이 언제 가실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연말 한·미 FTA 재개정이 현실화되면 주력인 해외판매 부문에서 이중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는 한·미 FTA의 경우 정치적 사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있는 데다 반드시 재협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고관세를 물리면 국내에 유입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가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도 실익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당장 무리한 수익확대 정책보다는 내실다지기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북미시장에서는 하반기 쏘나타 뉴라이즈 및 쏘렌토 부분변경모델(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신차를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 및 수익성 제고를 꾀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분간 법인 판매보다는 개인 수요 대응에 좀 더 힘을 쏟는다는 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다.
노조 문제도 문재인 정부의 친근로자정책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회사의 어려움에 동참하자는 설득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여름휴가철에 돌입하는 데다 올해는 노조 집행부 선거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는 8월까지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연내 타결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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