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 홈런 하나를 '도둑맞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비디오판독 센터의 오심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손아섭은 20일 울산구장에서 열린 삼성전 3회말 공격에서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의 공을 받아쳐 좌중간 펜스 쪽으로 날려보냈다. 타구는 펜스 상단 노란 선을 맞고 그 위에 설치돼 있던 철제 보호망을 튕기며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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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판독센터의 오심으로 홈런을 도둑맞은 롯데 손아섭. /사진=롯데 자이언츠 |
당초 심판은 홈런 사인을 냈지만, 삼성 측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판독 센터에서는 홈런으로 인정하지 않고 2루타라는 판정을 내렸다.
TV 중계 화면을 통해 이 타구는 명확한 홈런임을 알 수 있었다. 울산구장 외야 펜스 상단에는 노란 선이 그어져 있는데, 바로 이것이 홈런 기준선이다. 즉 이 노란선을 넘기면(맞고 넘어가도) 홈런이다.
그런데도 비디오판독 센터에서는 엉뚱한 판정으로 홈런을 2루타로 둔갑시켰다. 아마도 이는 울산구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판정 요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비디오판독이 논란이 되자 KBO도 실수를 인정했고, 오심 관련자에 대한 문책 방침을 밝혔다.
손아섭은 홈런 하나를 도둑맞았고, 롯데는 1득점을 손해봤다. 이날 경기는 묘하게도 이 오심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4로 뒤지던 롯데는 4-4 동점까지는 추격했지만 연장 12회 혈전을 벌인 끝에 삼성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아섭의 홈런만 제대로 판정됐다면? 롯데 측에는 이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센터를 도입한 KBO리그다. 그런데 많은 돈을 투자해 만든 비디오판독센터가 이번 손아섭 홈런 타구 판정 실수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오심, 또는 애매한 판정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이날 손아섭의 타구는 판독센터에서 TV중계만 제대로 지켜봤어도 충분히 오심을 피할 수 있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느린 화면을 통해 타구의 궤적이 정확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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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중계화면에 잡힌 손아섭 홈런 타구. 펜스 상단 노란선 위를 맞는 명확한 홈런이었지만 2루타로 오심 판정이 내려졌다./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 캡처 |
판정요원이 울산구장의 외야펜스 사정을 잘 몰랐다고 해도, 중계 해설에서 노란선을 맞고 넘어가는 타구는 뒤쪽에 설치된 펜스와 상관없이 홈런이라는 설명도 했다.
분명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비디오판독센터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오심을 막기 위해서다. 오심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현장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보(자체 설치 카메라, TV중계 화면, 중계진의 설명이나 해설)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비디오판독 시스템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자 김진욱 kt 감독은 "구장 전광판에 판독 영상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관중들이 다같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정을 내리게 되면 더욱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만약 이날 손아섭의 타구 영상이 전광판에 나왔다면, 오심은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 있는 심판들이 구장의 특성을 모를 리 없기 때문에 단번에 홈런임을 확인하고, 판독센터와 연락해 정확한 판정을 하도록 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오심으로 논란에 휘말린 비디오판독센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판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KBO와 판독센터가 판정의 권위를 지키겠다며 TV중계나 팬들의 눈을 외면하다가는 스스로 더욱 권위를 잃을 수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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