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여름휴가 이후 상황 점치기 힘들어
온도차 보이는 한국지엠·르노삼성…마지막 작업 쌍용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가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면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교섭을 강화하면서도 기존 입장에 대해 완강한 태도로 버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노조는 이미 파업을 결정했고,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보였던 르노삼성자동차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만 막바지 협상작업이 남아있는 상태다. 

   
▲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이 일단은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입장은 고수하고 있어 올해 역시 파업으로 인한 장기화와 함께 생산차질 등의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및 한국지엠 노조에 이어 기아차 노조도 지난 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했다. 3사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신청만 받아들여지면 언제든지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및 상여금 800%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사회공헌기금 확대 및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제시한 상태다.

3사 노조 모두 금속노조 산하인 만큼 일부 별도 요구안을 제외하면 기아차와 한국지엠 역시 노조의 요구안의 기본 틀은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3사의 경영여건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불매운동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전년대비 8.7% 감소한 351만8566대를 판매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변수로 하반기도 해외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의 70%가 넘는다. 더욱이 해외시장 중 큰 볼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지엠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마이너스 성장과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에는 제임스 김 사장까지 갑작스럽게 사입을 표명한 상황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3사 노조는 지난해 인상폭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을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사무직 인력 충원이라는 요구안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3사 임단협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초 여름휴가 전까지 파업보다는 교섭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기존의 입장에 대한 뜻을 굽히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회사측에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휴가 전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모두 휴가 이후인 9월 집행부 선거에 돌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간도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며 올해 초 중요한 사안을 제외하고 서둘러 마무리 한 바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20여차례의 노조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중지로 3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 상반기 영업이익(3조1042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올해 노조집행부 선거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피해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미디어펜 자료 사진

개별노조가 있는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사의 경우 지난해까지 무분규 임단협을 통해 업계에 귀감을 산 바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년간 사측의 입장을 많이 수용했기 때문에 올해 임단협에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중형 세단 SM6 돌풍과 수출 물량 확대로 매출 6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며 기본급 15만원 인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고정비가 올라가는 방식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르노 본사와 협업 등을 이유로 과도한 수준의 임금 인상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사측은 지난주 기본급 3만7400원 인상 및 격려금 250만원(12월 지급)이라는 노조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절충안을 제시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쌍용차의 경우 마지막 임금부문만 협상이 남아있는 상태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다만 티볼리브랜드의 선전과 G4랙스턴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합의점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쌍용차 노조는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 및 8+8주야2교대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측은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해 수출도 좋은 상태 등이 아니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겪은 경험이 있어 노조도 파업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협상도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교섭을 우선하겠다고는 하지만 제시안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섭은 일방적인 수용밖에 답이 없다”며 “노조측도 위기상황을 인지하고 교섭에 나서야 빠른 결말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노조가 파업하면 생산 차질은 그대로 협력업체로 전가돼 더 큰 피해를 입는다”며 “노조 스스로 ‘귀족노조’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성실한 노사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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