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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 교수 |
미디업계 키워드부상, 중국 저가 급속 보급, 일본도 전용채널 출범추진
최근 미디어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UHD TV(Ultra High Definition TV)인 것 같다.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저가 UHD TV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고, 일본도 곧 전용채널을 출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마 오는 브라질 월드컵이 UHD TV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다.
이런 주변국들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 방송사업자들도 당초계획보다 앞당겨 UHD 채널을 상용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더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차세대 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고수해야 한다는 우리 산업계의 의지도 반영된 듯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정부 부처들 역시 앞 다투어 UHD TV 활성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미래창조산업부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까지 UHD TV가 마치 창조경제의 심볼 마크인 것처럼 지원/육성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대부분 UHD 글자만 앞에다 붙였을 뿐 활성화, 육성, 지원 등등 이제까지 수도 없이 보아왔던 정책들이다.
3년전 아바타 돌풍 3D TV 콘텐츠 난리법석 데자뷔
이런 모습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5년 전에 마치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난리법석을 벌였던 ‘3DTV' '3D콘텐츠' 유행가를 다시 듣는 듯하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정책지원과 용역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주위에서 3D 콘텐츠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그나마 스카이라이프(skylife)가 하루에 몇 시간 마지못해 해왔던 3D전용채널도 명맥만 유지하다 슬그머니 사라졌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새로운 미디어 도입을 통한 콘텐츠 산업 육성은 정부가 돈을 뿌린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유인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3DTV는 소파에 등을 대고 편하게 보는 이른바 ‘lean back media’에 적합하지 않은 전용안경이라는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알면서도, ‘아바타’ 열풍에 휘둘려 마구잡이로 졸속 지원정책들을 남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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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UHDTV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저가 케이블유료방송시장이 고착화한 상태에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황폐화한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살리기위해선 방송시장의 구조개선과 정상화부터 해야 한다. |
콘텐츠산업 육성은 정부 돈뿌린다고 안돼
물론 UHD TV는 3DTV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고도의 시청노력 없이 더 품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HD TV를 통한 고품질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에는 심각한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바로 UHD 콘텐츠가 결코 값싼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4배 혹은 16배의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콘텐츠 가격도 올라가게 만들 것이다. 때문에 기술 수준이나 수상기 가격도 문제지만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콘텐츠가 제작 공급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실제 지금 국내에서 사용가능한 UHD 콘텐츠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아마 전용채널이 만들어져도 당분간은 극히 제한된 시간에 수입 콘텐츠들로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이처럼 값비싼 UHD 콘텐츠가 지금처럼 저가가 고착된 한국 방송시장에서 발붙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월 평균 수신료 6,000원대의 초저가 유료방송 플랫폼시장과 여전히 800여만명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 구조에서 과연 UHD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어보겠다는 사업자가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저런 이름으로 UHD콘텐츠 지원정책들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방송시장을 정상화하는 구조 개선정책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이 ‘콘텐츠가 왕(王)’이 아니라 황(荒)’인 나라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 인위적 지원은 한계, 황폐한 저가 유료방송시장부터 개선해야
새로운 미디어 도입이나 콘텐츠 활성화는 황무지 위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지원정책만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양질의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옥토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품질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 저가가입자 수를 늘려 다른 곳에서 이익을 도모하는 지금의 황폐한 유료방송시장에서 고품질 콘텐츠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허망할 뿐이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