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습니다. 현재 수백만 외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3D 업종 노동력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문화를 통한 인구 유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펜은 다문화 시대를 맞아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다문화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MP기획'동행'-다문화⑦][현장르포]외국인 근로자 "싸장님 우리도 사람이에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경기도의 한 도금공장. 살인 적인 무더위에 숨만 쉬기도 힘든 상황. 매케한 화학약품 냄새까지 더해진 최악의 근무여건이다. 또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위화감마저 느껴진다. 사묻 이곳이 정말 한국의 공장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길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색이 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고 한국인 같은 사람들도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조선족이나 중국인들도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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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한 공장의 현장 풍경/ 사진=미디어펜 |
한국인 근로자들도 있었지만 고령의 근로자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문했던 공장은 절반 이상은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었다.
근로여건을 중시하는 청년층들이 늘어나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게 공장 관계자의 증언이었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인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임금문제로 경영여건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들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운영자체가 힘든 곳도 많다고 한다.
이곳들은 대부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대기업의 하청업체 또는 납품업체들이다. 대기업의 공장근로자들의 경우 추가 수당과 상여금 등 다양한 보너스가 지급되지만 하청업체들의 경우 특별한 보너스가 없어 노력대비 경제적인 부분이 윤택하지 않기 때문에 일하려 하는 인구가 적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보너스를 늘리려고 해도 수익자체가 남지 않는 상황이고 겨우 적자를 면하는 경영환경에서 손해를 보고 경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한민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많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하는 것이 본국에서보다 많이 벌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A씨(29세·필리핀)는 "한국에서 한 달간 버는 돈이 필리핀에서 1년간 버는 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며 "필리핀에 두고 온 부인과 아이들이 그립고 한국말이 아직 서툴러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힘들어도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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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에서 풀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
이 공장에 A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근로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집안의 가장으로 다달이 보낼 수 있는 월급을 받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돈을 받기 위해 여전히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불편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생활의 힘겨움부터 한국의 법을 몰라 겪게되는 어려움,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 등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직접 만나본 B씨(35세·베트남)의 경우 “한국말을 잘 못하다보니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욕하고 괄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 같이 잘사는 나라였어도 이런 대접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억울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공장에서도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고 했다. B씨는 같이 일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말을 못 알아듣는 다고 놀림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가벼운 장난으로 받아 들일 수 도 있겠지만 실제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충격일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 이곳으로 이동해온 C씨(28세·중국)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가 없어 같이 퇴근 후 야식을 먹자는 권유를 마다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같이 일하던 한국인 친구들이 나를 놀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후 내가 먼저 야식을 권했을 때 받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같이 일하는 사람이 아닌 아랫사람이나 그보다 못한 사람을 대하듯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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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포장단계에서 근무중인 근로자들/ 사진=미디어펜 |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생활하는 부분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받는 금액은 최저인금 수준이다. 본국에서는 환율차이로 큰 돈이겠지만 한국에서 생활하기에는 힘들 수 있는 금액이다.
그나마 공장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 많은 절약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공장의 기숙사비는 곳곳마다 다르지만 3만원 정도의 가격대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제대로 된 냉방장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여름에는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겨울의 경우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감기를 달고 생활한다고 한다.
공간마저 협소해 생활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B씨는 “그나마 3명이서 등을 대고 누울자리가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다른 친구들은 새우잠을 자는 친구들도 있고 재대로 못눕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를 위해 종교단체와 지역단체들에서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 100만명 시대에 모두를 커버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또 이들을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중요한 인재로 바라봐주는 시선도 필요해 보인다.
C씨는 “처음 일했던 공장보다 현재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친근해진 것을 느끼지만 아직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간에 바뀌는 것이 힘들겠지만 천천히라도 우리를 같은 근로자로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가벼운 차별 말고도 심각한 문제도 있다.
자신이 원해도 쉽게 일자리를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장에서 일을 하던 D씨(40세·베트남)는 일을 하던중 몸이 좋지 않아져서 회사에 공장을 옮겨달라는 요구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안 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D씨는 두 달여간 아프다는 이유로 결근과 함께 해고를 요구했고 불성실한 그의 태도에 회사도 해고처분을 해줬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회사가 온갖 이유를 들어 퇴직금의 일부를 공제했다.
그는 “회사에서 3년을 채우지 않아 기숙사비 등을 제한다며 원래 받을 돈의 일부를 빼고 줬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D씨와 같은 사례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게 그들의 증언이었다. 회사는 갖은 이유로 퇴직금에서 일부 금액을 공제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난방비와 세금 명목을 공제한 것이라 적은 액수에 속한다. 와이파이 등 각종 이유를 대면서 최대는 20만원까지 공제한 사연도 많다.
최저임금을 받고 각종 세금과 보험금을 공제한 금액에서 기숙사비까지 공제하면 이주노동자도 월급에 불만을 가지기 때문에 기숙사비는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못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들과 공장에서 일하는 정씨(33세·남)는 “같이 일하고 있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하는 완성도 역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도 지적을 받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적하고 나무라는 경우도 있어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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