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자유형 400-200m 메달 못땄지만 재기 가능성 알려
약물 파동 딛고 2018 아시안게임 도전 의지
[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태환이니까' 기대감이 있었다. 경기 결과가 이런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박태환이니까' 응원한다.

'마린보이' 박태환(28)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태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세계선수권에 출전 중이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400m 결승에서는 4위의 성적을 냈고, 26일 200m 결승에서는 8위에 머물렀다.

기대했던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한 박태환이다. 400m에서는 3분44초38의 기록으로 3위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 3분43초93)에 불과 0.45초 뒤져 메달을 놓쳤다. 200m는 결승에 오른 8명 가운데 최하위(기록 1분47초11)였다.

박태환은 29일 열리는 1천500m에 출전해 이번 대회 마지막 도전을 하지만 메달을 따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박태환이 메달 소식을 못 전했지만 재기 가능성을 알렸다. /사진=박태환 공식 홈페이지


세계선수권은 물론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도 수 차례 시상대에 오르며 세계적 강자로 군림했던 박태환이기에 4위, 8위의 성적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박태환이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박태환이 세계선수권 무대에 다시 나가고, 결승까지 진출해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감회가 새롭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박태환은 승승장구했다. 한 마디로 수영 영웅이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받았던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 밝혀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했던 메달을 박탈 당했다.

경위가 어떻게 됐든 박태환은 금지약물 사용이라는 잘못을 저질렀고, 한창 나이에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성원을 보냈던 팬들의 싸늘해진 시선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낸 박태환은 징계 기간이 끝난 뒤에도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규정에 묶여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하면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던 것. 법정 투쟁까지 벌이며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하게 됐지만 출전 전 종목 예선탈락하며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대로 끝날 것 같던 박태환의 수영 인생은 오로지 본인의 노력과 재기 몸부림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데 두 종목 모두 결승까지 진출했다. 

더군다나 박태환은 30살을 바라보는, 수영선수로는 노장에 속한다. 400m와 200m 모두 결승 진출자 8명 가운데 박태환이 최고령이었다. 

앞으로의 박태환은 어떨까. 나이를 감안하면 옛날만큼 화려한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박태환은 계속 기록을 줄여가면서 최소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는 선수로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4 아시안게임 때 따냈던 메달을 약물 복용으로 박탈당했던 아픔을 간직한 박태환으로서는 다시 한 번 아시안게임 무대에 참가해 당당히 메달을 목에 걸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한때의 잘못으로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 모른다.

박태환이 '순수한' 열정으로 다시 도전에 나선다면, 기꺼이 응원을 보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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