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도발과 그에 따른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동북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해법을 두고 맞붙은 파워게임에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외교 행보가 좁아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말만 할 뿐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직접 비판했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해 조만간 중국을 압박하는 조치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경제제재 조치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이나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및 쿼터 부과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러한 대 중국 압박과 한국의 사드 추가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은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중국 유엔대사는 미국 압박에 대해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과 북한 자신에 달린 문제"라고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고,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사드 임시배치에 대해 김장주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해 "트럼프가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고, 시진핑 주석은 1일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인민군대가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을 일컫는 중국 용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국위를 떨쳤다"고 치하하면서 미국을 주축으로 유엔군이 참전했던 6.25전쟁에 대해 자국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북한 도발로 인해 맞붙은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잠시 멈춘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4박 5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지난3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 발사직후 긴급통화를 했으나, 북한 도발의 당사자인 한국의 문 대통령은 휴가 후 트럼프와 통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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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8일 북한이 두 번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 등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서 미일 정상만의 긴급통화는 북한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 직후 떠난 휴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을 달래기 위해 당 차원의 방중단 파견을 논의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방중단 파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방중단 뿐 아니라 방미단을 파견해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 사드 배치 협의는 긴박한 현장 위협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한 것이기 때문에 임시배치의 성격"이라며 "그 동안 정부가 얘기했던 대로 최종 결정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서 판단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야당에 반응에 대해 여당은 일제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휴가 중인 문 대통령에 대해 "한가하게 등산이나 하고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이벤트 정치를 하고 있다"며 "안보 최대 위기라는 국면에서 대통령이 할 일이냐"고 맹비난하면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대통령이 휴가 가고 안보까지 휴가 보낸 문재인 정부의 무개념 안보인식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에서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빅딜론과 정권 교체 입장이 난무하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연석회의에서 "청와대도 '지금 당장은 할 얘기가 없다'며 코리아패싱을 자인했다"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고 공식 발언했다. 북한의 통미봉남, 코리아패싱이 현실화 될까 걱정"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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