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정치인의 사익(私益)추구 특강(8)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편집자주] |
◆ “소규모 조직화된 소수자들이 이익집단을 결성하여 대규모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자들에 게 강요한다”.
◆ “집중화된(응집된) 이익을 가진 소규모 집단들은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분산된 이익을 가진 대규모 집단들을 착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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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
제4장 소수자들에 의한 폭정
시장에서의 거래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거래의 양 당사자들은 거래 조건에 만족하지 않으면 매매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즉, 정치행위)는 ‘강제적’이다. 일단 집단적 의사결정(collective decision)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비록 불만이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야 한다. 또한 집단적으로 결정된 합의를 회피하려 한다면 - 예를 들면,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면 - 국가는 공권력을 사용하여 그것을 강제적으로 이행(집행)할 수 있다.
강제력과 강제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은 대의명분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강제력’의 사용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다수결 원칙’ 그 자체에 있다. 다수결 규칙(majority rule)의 훨씬 더 불안한 특징은 ‘다수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사용하여 소수자들을 매우 부당하게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그들의 자유를 강제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국가의 권력(강제력 또는 공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마리 양과 두마리 늑대가 저녁을 무엇으로 먹을까" 투표하면
그러나 실제로 현실은 이러한 ‘한 마리의 양과 두 마리의 늑대’(a sheep and two wolves: 이것은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말한 “민주주의는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작은 양이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투표하는 것이다”(Democracy is two wolves and a small lamb voting on what to have for dinner.)에서 나온 표현임)라는 문제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다수결 투표제 하에서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을 착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들도 다수자들을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결 투표제 하에서 ‘소규모 조직화된 소수자들’(small and organized minorities)이 단결하여(이익집단을 결성하여) 그들의 주장이나 결의를 ‘대규모적이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자들’(large and unorganized majorities)에게 강요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회 대표자들(의원들)을 뽑는 선거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 집중화된 이익과 널리 분산된 이익: 소규모 집단 대 대규모 집단
오래 전부터 “특수이익집단들(special interest groups)은 그들 자신의 이익들을 추구하기 위하여 강렬하게 활동을 벌인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슨(Mancur Olson) 교수와 라이커(William H. Riker)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공공선택이론(공공선택경제학)의 주요 원리들을 적용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더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 공공선택이론의 가정(假定)으로 되돌아 가보자. 전통적인 공공선택이론은 “특수이익집단의 회원(구성원)들 - 예를 들면, 토마토 재배업자들 또는 오페라 극장 등 - 은 그들의 공동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려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올슨 교수는 “특수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는 강력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집단적 결정들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면 그들은 커다란 이익을 얻는다.(그러나 집단적 결정들이 그들에게 불리하다면 그들은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된다.) 다음으로 그들은 소규모적이고 동질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조직화하기(조직을 결성하기) 쉽다.
반면에 대규모 집단들 -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나 납세자들 - 의 경우는 이와 반대이다. 대규모 집단들은 그들의 에너지를 캠페인 활동에 헌신할 유인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대규모 집단들에는 구성원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집합적 결정들이 각 개인(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작다. 그 결과 집합적 결정이 각 개인들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이 매우 작다. 또한 대규모 집단 내 구성원들은 가지각색이고 이질적이기 때문에 조직화하기(조직을 결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규모 집단 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공동으로 하는 로비노력에 자신이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집중화된(응집된) 이익(concentrated interests)을 가진 소규모 집단들’은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분산된 이익(diffused interests)을 가진 대규모 집단들’보다 훨씬 더 활동적·적극적이고, 또 효과적인 참여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외국으로부터의 토마토 수입금지 조치는 ‘국내 토마토 재배업자들’(소규모 이익집단)에게 자신들의 사활(死活)이 걸린 아주 예민한 문제이지만, 소비자들(대규모 집단)에게는 선택 기회의 상실이라는 아주 작은 손실만 가져다줄 뿐이다. 또한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오페라 하우스(소규모 이익집단)의 수입(收入)을 두 배로 증가시켜 주지만, 납세자들(대규모 집단)의 세금 고지서에는 아주 작은 금액만 추가로 더해 질 것이다.
그러나 작은 금액이 쌓이면 큰 금액이 되는 법이다. 소수자 이익을 대표하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대규모 다수자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들만의 특별 혜택을 얻기 위해 캠페인에 열중함으로써 우리가(사회가) 실제로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규제들, 더 많은 보조금들, 더 높은 세금들, 그리고 더 큰 정부가 초래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현실에서 이익집단들의 활발한 활동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정치적 과정’에 대해 비관적 태도를 가지기에 또 하나의 좋은 이유가 될 수 있다.
■ 이익집단의 정치학
로비집단들은 그들의 특수이익들이 투표에 참가하는 일반 대중들이나 이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과 거의 어떠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로비집단들은 종종 그들의 요구사항들을 ‘공공이익’이라는 언어로 치장하곤 한다. 예를 들면, 토마토 재배업자들은 토마토 수입금지가 해외로부터의 저질 또는 병든 토마토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부문의 고용과 번창을 촉진시켜 준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한 오페라 극장들은 오페라 문화의 번창은 우리들의 정신을 앙양(昻揚)시켜 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여행객들로부터 더욱 매력적인 장소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미 1776년에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그러한 주장들에 대해 ‘가장 면밀하고, 또 가장 주의 깊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로비집단들은 공개적 토론에서 과도하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고, 또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정 이슈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정치인들이 로비집단들의 주장에 대해 과도한(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 주고 있으며, 또 비록 다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요구사항들에 쉽게 굴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익집단들은 로비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강한 유인(동기)을 가지고 있다. 이익집단들은 그렇게 조달된 로비자금을 가지고 자신들을 지지해 주는 정치인들에 대해 유혹과 로비를 목적으로 캠페인(선거) 기부금을 내려고 한다. 공공선택이론이 우리들에게 깨우쳐 주는 바에 따르면 ‘정치인들도 그들 자신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왜 대의(代議)민주주의 제도가 일반적으로 아주 소규모 이익집단들의 활동에 의해 쉽게 지배되는지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들의 캠페인이 아무리 크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로비활동’은 밀실에서 비밀히 이루어진다. 올슨(M. Olson) 교수가 주장했듯이 이러한 로비과정의 불투명한 특성은 로비스트들과 정치인들에게만 이로울 것이다. 이들은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로비를 통해 자신들의 상호 지지를 은밀히 거래하고 교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반이 확고한 기존의 로비집단들과 현직 정치인들이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은 소비자들과 납세자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며, 그 결과 그들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과 납세자들의 이익들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비공식적인 논의들에서는 결코 대변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