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죽자 영세업자 줄도산…문 닫은 가게 즐비
협력업체, 금융권 상환기일 맞물려 갈수록 태산
일방적인 책임 묻기조차 힘든 상황…정부 대책마련 시급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최근 재가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조를 지난 3일 찾았다. 굳게 닫힌 철문을 철근 구조물로 완전히 봉쇄한 군산조선소의 정문은 군산시민들의 갑갑한 심정을 보여주는 듯 했다.

평소 수많은 근로자들의 왕례로 북적였다던 인근 도로는 비둘기와 참새들이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일대의 신호등 시스템 역시 작동을 중단했다.

   
▲ 가동이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인근에는 신호등시스템마저 꺼저버렸다./ 사진=미디어펜


인도에는 사람의 통행이 없어서인지 무성한 풀들로 통행이 불가능 할 정도였고, 인도인지 유심히 보지 않으면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대중교통 역시 1시간여를 지켜봤지만 거의 없었고 어쩌다 돌아다니는 버스는 텅 빈 모습이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어간 군산조선소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조선소가 가동 중단되면서 사람들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작은 식당들은 이미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고 그나마 남은 사람들도 앞으로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치 아파하고 있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주변 빌라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가끔 지나가던 대형트럭의 운전사들이 잠시 쉬어가는 모습만 간간히 눈에 띄였다. 한낮의 풍경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상권 자체가 죽어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주변 식당, 상가의 주인들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파출소 인근의 빌라들이 밀집된 곳의 커피숍 주인 역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하소연 했다.

그는 “주변의 빌라와 조선소의 유동인구를 보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공장 가동중단 소식에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었다”며 “가게를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군산시 곳곳에 군산조선소 공장 가동중단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사진=미디어펜

방문한 가게 건너편에도 커피전문점이 있었지만 그곳엔 손님이 없었고 가게를 지키는 종업원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인근 가게의 대부분이 비슷했다. 

군산시청 경제항만국 투자지원과 김범석 주임 역시 군산조선소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공장 중단 이전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태를 막아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우려가 현실이 돼 버리자 이제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어 막막해 하는 모습이었다. 

박 주임은 "시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군산 지역 경제의 약 25%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도맡고 있는 상황에 공장 가동중단은 사실상 지역 경제와 직결된 상황이기에 어느 곳보다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선업 전반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보니 이 쪽(군산시)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힘들다"며 "더욱이 이제 막 조선업이 꽃을 피우려는 시점에서 닥친 어려움 이다보니 더 막막한 상황"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0년 3월 1조200억원을 투자해 군산 산업단지 181만㎡에 조성됐다. 지역 균등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30만톤급 도크 1개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으로 군산 갯벌을 메꾼 것이다.

군산조선소는 전북 수출의 8.9%, 제조업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체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 한달여전인 지난 7월 1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가동중단에 들어갔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이곳을 떠나면서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정문은 아에 폐쇄된 상태다./ 사진=미디어펜

남아 있는 인력들은 막막한 앞길을 걱정하고 있다. 시에서도 이런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해 운영 중이지만 오랜 기간 조선업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직종을 바꾸는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가 걱정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2~3개월 이상의 재교육 받고 재취업을 하는 것보다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 주임은 "이미 예견된 피해를 미리 줄여보고자 조선업 근로자들에게 업종 전환을 위한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경제활동을 멈춰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탓인지 참여가 저조했다"며 "청년실업급여처럼 정부지원을 할 수도 없어 막막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정부차원에서 노후 선박 수리 등과 같은 일거리를 분배해 내년 수주절벽의 보릿고개인 상반기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마련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가 순환근무 등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해도 다른 문제가 있다. 협력업체들이다.

조선소의 갑작스런 가동 중단으로 많은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권 대출 상환기간이 가동 중단과 맞물리면서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가 부지기수여서 도미노식 도산은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다. 

   
▲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산시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중이지만 특별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시청주변엔 가동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들의 플렌카드가 줄지어 있다./ 사진=미디어펜

그나마 국책은행의 경우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면 약간의 여유가 생길수도  있지만 민간은행의 경우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다 현재 금융당국의 내부 인사마저 마무리가 안된 상황이어서 지역 경제 사정을 챙겨주기는 요원하다는 게 군산지역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군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조선업계가 호황이었을 때에는 정부도 은행도 조선사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며 "글로벌 경기 불황이 수주절벽으로 이어지면서 모두가 외면하는 모습이 너무 아쉽다. 새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군산의 조선산업을 되살릴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