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1심 선고, 패소시 3조 부담…적자전환에 유동성 부족 등 심각한 경영위기
일자리 창출동력 상실·사회적 양극화 심화에 현대차까지 악영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 자동차 산업이 8월 최대 위기를 직면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여파·노조 파업·최저임금 인상에 한국GM의 철수설 등 악재가 겹쳐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 한국 자동차 산업이 8월 최대 위기를 직면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더욱이 17일 통상임금 선고에서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부담으로 경영위기를 겪게되고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돼 '자동차발 제2의 IMF(금융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기아차가 통상임금까지 패소하게 되면 적자전환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고, 투자여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동력까지 상실하게 된다.

R&D·부품 및 자재 구매 공유하는 현대차 경영 전반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부품업계까지 극심한 경영난을 겪게 되며,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기아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가 다시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 구조다. 

또한 진행중인 수백여 기업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계 전반에 급격한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 산업, 사면초가…사드·파업·최저임금·한국GM 철수설까지

한국 자동차산업은 각종 악재가 겹쳐 있다. 지난 28일 사드 임시배치 결정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사드 여파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내 현대·기아차 판매가 급락해 지난 상반기 중국에서만 판매가 47% 급락했으며 글로벌 판매도 9% 감소했다.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쳐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2조 5952억원, 기아차 영업이익은 7868억원으로 각각 16.4%, 44%나 급감한 수치다. 

차업계 동반 파업도 가시화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7월 13~14일, 17~18일 양일에 걸쳐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고 휴가를 마친 8월부터 본격 하투에 돌입할 태세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4일 조정중지 결정 후 17일 1·2조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파업으로 역대 최대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또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상여금이 배제돼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품업계의 경영난으로 공급망이 무너지면 완성차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산업 기반이 흔들려 악순환이 가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철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임직원 1만6000여명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고, 협력업체 임직원들과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3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협력업체의 위기는 다른 완성차업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생산 판매 규모가 줄어 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기아차, 패소시 3조 부담…적자전환에 유동성 부족

17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선고에 산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송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아자동차 소송금액이 가장 클 뿐 아니라 인원도 최대 규모라 향후 통상임금 관련 판결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영업이익률 3%)으로 44%나 급했고 2010년 이후 최저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2년 7.5%에서 2015년 4.8%, 2016년 4.7%, 2017년 상반기에는 3% 수준까지 급락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업이익은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 금액이 전액 유보금으로 기업에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투자, 법인세, 배당 등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은 최소 5%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해야 기업이 존속하고 지속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3%인 기아차 영업이익률 수준을 상회해야 기업 존속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통상임금 패소시 투자, 법인세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더 큰 폭의 자금이 필요하여 따라서 차입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시 최대 3조(회계평가 기준)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하여 현 회계기준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사드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까지 맞게 되면 국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고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투자여력 감소로 미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 동력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

“2억 연봉 노동자 탄생하나” … 사회적 양극화 심화

사회적 양극화 심화도 우려됨. 통상임금 소송은 대기업 강성노조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무노조 중소기업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아차와 같이 대다수 종업원들이 고정적으로 특근과 잔업을 실시해온 경우, 통상임금소송은 ‘로또소송’ 또는 ‘대박소송’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모 아니면 도”로 모가 나올 경우(통상임금 인정) 복권 당첨에 필적하는 소급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신의칙이 부정되면 수천만원 이상 억대의 소급분을 받게 되며, 별도로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합의를 하지 않으면 매년 돈을 지급받게 된다. 

기아차의 경우, 통상임금 패소로 인해 비용 지급 시 총 3조1000억원, 인당 1억1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즉 기존 평균 연간 급여 9600만원보다 더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되고 해당 연도만 연봉이 무려 2억원이 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현실과 미래를 깎아먹는 것으로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경우 향후에도 매년 1000만원 이상 지속적인 연봉 인상이 이뤄지게 돼 대기업 강성노조 대 무노조 중소기업간 임금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중소기업 평균연봉(3400만원)의 3배 넘게 9600만원을 받고 있는 기아차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으로 인한 소급분까지 받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산업계 38조 부담, 부정적 파급효과

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경총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포함될 경우 산업계에서 38조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음. 한국 노동연구원도 4년간 직간점 추가 노동비용이 22조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대한상의에서 1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5.1%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19.8%가 기존 고용을 감축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또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회사가 패소할 경우, 현대차를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 노조에서 추가로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잖아도 혼란스러운 통상임금 소송이 복마전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인정 여부가 핵심

기아차 소송을 포함해 계류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쟁점은 신의칙 인정 여부이다. 

지난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3대 요건은 △정기상여금에 관한 청구여야 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해야 하며, △추가 임금 청구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

또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발생’의 판단 근거로 초과근로가 상시 발생하는지, 일정비율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는지, 기업의 재정 및 경영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임금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상회하는지 등으로 판별한다.

기아차는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하는 등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차의 경우, 월평균 20∼50시간 가량 초과근무와 750%의 높은 상여금 지급률, 급감하는 영업이익률로 인한 적자전환 우려 등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실질임금인상률이 매년 20% 이상에 달해, 과거 노사합의에 의한 교섭 당시 인상률 (3∼4%)을 무려 5∼6배나 초과, 대법원 신의성실의 원칙 인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 하급심에서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신의칙을 부정하는 사례도 발생해 산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아시아나 항공, 현대미포조선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다가 2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경우임. 만도, 현대로템 등은 1심에서도 신의칙이 인정됐으며, 대법원 계류사건은 갑을오토텍, 한국GM 2건으로 모두 선의칙이 인정된 바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여파를 충분히 감안한 합리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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