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8·27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당이 친안(친안철수)계와 비안(비안철수)계로 갈리며 당내 내홍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비안계 일부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 철회를 촉구하며 당직을 사퇴했고, 일각에선 안 전 대표 출마에 반발하며 기존 당권 주자였던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의 단일화를 제기하기도 했다.

친안계는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선언에 당의 재건을 위해 출마를 찬성한다는 주장이고, 비안계는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출마 철회를 촉구,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 출마 선언엔 호남계 중진들이나 당의 정신적 지주격인 구 동교동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의 당권 경쟁에 어떻게 반응할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이에 천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라며 "몰염치의 극치, 협박의 정치이자 갑질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정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면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라며 각을 세웠다.

호남 중진 위주의 현역 의원 12명은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 직전 출마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선언에 당내 반발 여론이 일자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당직자나 당무를 수행하는 분들 입장에서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지난 7일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에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가운데)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오른쪽)이 대립각을 세웠다./사진=연합뉴스

이에 황주홍·장정숙 의원은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전준위 부위원장 맡은 조배숙 의원과 당 선거 관리위원회 투개표 분과위원장 맡은 김경진 의원도 안철수 출마 반대하며 당직을 내려놓았다.

일각에선 천 의원과 정 의원의 단일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조배숙·장병완·황주홍·박준영·이상돈·장정숙 의원은 지난 8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갖고 7일 안 전 대표와의 면담 상황 등을 논의하고, 정 의원에게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비안계의 이같은 움직임 가운데 안 전 대표는 출마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7일 "지금 그만두라는 말은 (저한테) 정계 은퇴하라는 말과 똑같다"며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각오로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내홍에 대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며 "방법론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정말 위기 상황"이라며 "방법론이 다른 것에 대해선 치열한 토론을 통해 우리 당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홍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 의원과 천 의원이 "전당대회까지는 참여하겠다"라는 입장이라 대규모 탈당이나 분당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과 정 의원 등이 안 전 대표의 출마 철회를 거듭 요구하고, 안 전 대표는 출마를 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가운데 전당대회에서의 투표 경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1차 투표 승리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안 전 대표 측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겨 조기에 승리하겠단 전략을 내보였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 측은 결선 투표에서 '비안(非안철수)전선'을 구축해 판세를 뒤집을 계산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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