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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
전쟁 전야(前夜)의 한반도를 세계가 걱정하지만 우리만 천하태평인데, 가관은 그걸 당연시하는 일부 분위기다. 누구이겠는가? 엉터리 언론이 그걸 부채질하는데, 한겨레의 경우 "왜 한국인들은 그렇게 침착하냐구요?"란 기사를 10일 실었다. 한반도 위기란 적대적 공생관계인 미국-북한의 싸움이고, 피해자인 우린 평화를 원한다는 황당한 논리다.
그 신문은 전쟁분위기 조성은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미국의 국내사정 때문이란 궤변까지 곁들였지만, 막상 한국 책임 문제는 쏙 빼놓았다. 포털에 실린 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도 8월 전쟁위기설과 글로벌 금융 쇼크에도 사재기하지 않는 한국의 평온함을 폭풍칭찬하길 잊지 않았다.
이 정도면 중증 질환이다. 한국-한국인의 강 건너 불구경 심리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북핵 위협 앞에 분노와 저항의 표시는커녕 속수무책인 처지를 뭔 자랑하듯 떠들어대고, 심지어 그걸 평화타령으로 가장하다니…. 자기모멸을 넘어 이적(利敵)행위에 가깝다는 게 내 판단이다.
지금 걱정해야 할 건 국가해체, 국가소멸
며칠 전 미 LA타임스가 "한국은 국방문제에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하다"라고 보도했지만, 그건 절제된 표현이다. 속으론 "제정신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시민의식이란 무엇인가? 국제사회에서 누가 우리 편이고 아닌가를 가르는 피아(彼我) 구분이 먼저이고, 왜 그런가에 대한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인식 공유다. 국가정체성과 애국심은 거기에서 나오는데 지금의 한국인은 그 이전 단계다.
또 북한체제란 유엔의 규정대로 반 인류, 반 문명 집단이 맞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앞에 대한 인류 차원의 분노부터 표출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옛날식으로 김정은 화형식이라도 치루면서 시민적 각성과 긴장감을 유지해야 옳다.
상황은 완전히 거꾸로다. 경북 성주에서 일부 좌익세력과 주민 사이의 사드 배치 반대 움직임이 저렇게 집요한 걸 보면 우린 도저히 정상국가라고 할 수 없다. 흉악범이 살인무기를 들고 온 동네를 설쳐대는데 문단속도 하지 말자니 이건 위선도 뭣도 아니고 사실상의 자살행위다. 그걸 방조하는 듯한 정부의 무책임 앞에 장탄식은 깊어만 간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140개국 중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는데, 이 나라가 어느덧 이렇게 변질됐나? 그런 안타까움이다. 국가이념에 대한 합의가 깨진‘인식의 내전’단계를 지나 국가해체의 수준에 임박한 게 지금이다. 2017년 여름 한반도 위기란 거시적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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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전야(前夜)의 한반도를 세계가 걱정하지만 우리만 천하태평이다. 사진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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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현대 이스라엘과 맞비교해보라. 그 나라는 2000년 동안 국가 없이 유랑했고,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 2차 대전 이후 극적으로 건국한 뒤 완전히 나라와 국민의 기상이 달라졌다. 무려 네 차례의 전쟁을 치르며 승리했고, 그래서 견고한 국방과 생존력을 자랑한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까지는 이스라엘과 비슷했는데, 이후 단단히 망조가 들었다.
그걸 재촉한 게 87년 체제임을 기억해두시라. 87년 체제란 6.29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시기가 아니다. 민주화를 가장한 운동권 세력과, 여기에 부화뇌동한 중산층 시민세력 사이의 과도기 체제(좌우합작 체제)가 맞다. 이‘잃어버린 30년’동안 공권력 무력화와 함께 체제수호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렸다.
반공을 '레드 콤플렉스'라고 손가락질하는 좌익의 견해에 동조해왔고, 그 결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적 가치는 그때 이후 빛을 잃었다. 급기야 국방안보에 대한 책임까지 홀라당 내던져버렸다. 2017년 여름, 우린 그래서 더욱 위기인데, 안팎이 어울린 복합위기가 맞다.
안보불안 방치는 곧 정부 발(發) 위기
즉 '잃어버린 30년' 끝에 국가소멸로 가는 급행열차를 올라 탄 격이다. 이런 우릴 미국이 어떻게 보겠는가? 지켜줄 가치가 있는 동맹국으로 볼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총리 이낙연와 부총리 김동연은 어제와 그제 휴가를 다녀왔다는 소식인데, 개운치 않다. 총리의 경우 10~11일 여름휴가로 경북을 찾아 안동, 경주 등을 느긋하게 돌아봤다.
그런가 했더니 외교장관 강경화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도 8월 15일 광복절 전후해 5박6일씩의 휴가를 간다고 조선일보가 보도(12일)했다. 잠깐, 그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무얼 했더라? 그는 북한 ICBM 시험발사가 성공했을 그 엄중한 국면에서 6박7일 간의 휴가를 유유히 떠났다.
문 대통령은 석 달 전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선서에 따라 국가 보위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백 번 양보해 휴가를 간다고 치자. 그럼 위기관리 책임은 잊지 말아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안보문제에 의미 있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도 문제이지만, 우리가 정말 문제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을 가지고 그토록 난리치고 모함하던 언론들은 다 어디로 갔지? 해난 사고 정도가 아니고 전쟁 전야 상황에서 5000만 명이 꼼짝 없이 죽게 된 상황인데도 왜 이 지경일까? 대통령 특별담화를 발표해 북핵 총력 대응을 요청해야 한다고 독촉해야 할 주체가 언론이 아니던가?
왜 모두가 꿩 구어 먹은 소식인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그렇게 시키던가? 정말 핵 벼락을 맞고 서울 불바다가 되어서야 꿈틀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의 안보 불안을 방치할 경우 정부 발(發) 위기 속에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걸 새삼 경고해두지 않을 수 없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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