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로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으면서 탈권위 행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내 업무실을 여민관으로 정하고 걸어서 첫 출근하는 대통령 모습을 확인시켰고, 매주 두차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어떻게 잘 소통하는지도 보여줬다.
특히 대선 때부터 ‘유쾌한 정숙씨’로 불렸던 김정숙 여사의 수해 현장 봉사 등은 탈권위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4번의 낙마를 불러온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가 반복되면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의혹과 함께 노무현 정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새정부 초기의 ‘인사 난맥’ 현상은 단순히 인사의 폭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이상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 자체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켰다.
이런 가운데 경제‧안보 정책은 물론 주민센터 개선까지 청와대에서 발표되는 등 청와대 참모진의 맹활약이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경제부총리와 통일부‧외교부 등 내각의 역할이 보이지 않고 있어 과연 정부 시스템이 정비될 수 있을지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국민들은 전반적인 정부 시스템 체질개선이 이뤄질지 기대를 가졌다. 어느 특정 기관이나 인물에 대한 징벌이라면 역대 정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왔던 쉬운 방법이지만 전반적인 체질개선은 진보 정권이 잘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정부 내각의 35%에 전‧현직 의원이 포진하는 등 벌써부터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도 커졌다. 관료사회에 개혁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포퓰리즘 정책 우려와 함께 3권 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탈원전 정책, 건강보험 적용대상 확대, 복지 확대 등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세금폭탄이 우려되는 등 재원 조달에 의혹이 크다.
정부가 소형 평형 건설을 의무화로 지정하고 주택시장을 규제하려 했으나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치솟아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게 만들었던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처럼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 돌이킬 수 없는 역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이다.
또한 재벌개혁은 필요하지만 당장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과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투자를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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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7월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에 직접 개입하면서도 신뢰를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는 시장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우므로 새정부 정책은 지극히 시험적이고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지속성을 갖기는 더욱 힘들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미래 신산업 육성 공약이 가장 위태롭다. 과거 산업혁명에 뒤처져 속국이 되거나 후진국으로 전락한 국가들의 역사를 보더라도 신속하게 4차산업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는데도 복잡한 신산업 규제와 부처간 첨예한 이해관계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데도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아직 실체가 없고, 중소기업·벤처 육성 기반으로 관심을 모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도 장관 인선도 못하고 있는 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인사 파동으로 가동도 하기 전에 흠집이 났다.
8월 출범이 목표였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중요한 국정과제임에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출범이 지연됐다. 신설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는 소규모 조직과 인력이 배치됐다. 새정부 100일이 되도록 장관 인선도 못한 중소벤처기업부는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전년 대비 16.38% 인상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중소기업에 여파를 주면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건보료 인상분 절반은 또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동을 걸면 직장인의 보험료도 올라갈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은 수준에서 최근 10년간의 평균 건보료 인상률(3.2%)에 맞추겠다고 했지만 직장인 처지에서는 사실상 보험료가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서 ‘코리아 패싱’이 표면화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추진하는 대북 정책으로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운전석에 앉겠다고 공언한 만큼 북한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야당의 공세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안으로는 경제, 밖으로는 안보 문제로 딜레마에 빠질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처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원내교섭단체 3개 야당은 협치를 통해 반사이익만 노리는 상황으로 전락했고, 정부도 사사건건 야당으로부터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면 협치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에서 빠질 수 없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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