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5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53차례의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나 증언이 전무했으나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횡령, 이에 따른 재산국외도피 혐의, 국회에서의 위증 등 특검이 적용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로 결론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형량의 경우 유죄 판단시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

특검과 변호인단 간 최대 쟁점이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변호인단은 '강압에 의한 피해'라고 지적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모두 대가성에 대한 인지 및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명시적 청탁을 불인정하면서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는 상반된 결론을 내려 논란을 예고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형사소송 대원칙인 공판중심주의 보다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지나친 정치적 판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5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사진=연합뉴스

기소 후 지난 178일간 재판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25일 오후2시30분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5개 혐의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명시적으로 청탁했다고 볼 수 없고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묵시적 간접 청탁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그러나 승계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삼성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요구를 정유라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했다"며 "이 부회장은 정유라 승마 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삼성은 자본거래 신고를 거치지 않아 국외재산도피에도 해당된다"며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승마와 관련한 64억원을 인정하고 승마지원 77억 중 72억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모두 뇌물이라고 판단된다"라면서 결정적 증거에 대한 언급 없이 특검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독대시 혐의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그 외의 혐의에서도 직접증거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가공의 틀'이라고 반박해왔으나, 특검은 재판 과정 내내 이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경제적 공동체로 묶고 이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되었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겐 각 징역 4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날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에서 구속됐다.

변호인단은 이날 1심선고에 대해 "유죄로 선고된 모든 부분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선 반드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항소심을 통해 유무죄 여부를 재차 다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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