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물의를 일으킨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에게 ‘고객 알선 수수료’를 불법 지급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역대 최대 수준인 15억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감독당국의 ‘군기 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정례회의를 열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발된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처분 수위를 결정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하나금투는 15억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 사진=미디어펜


경위는 이렇다. 하나금투는 최근 ‘청담동 주식부자’로 세간에 알려졌다가 범법자 신세가 된 이희진 씨에게 고객 알선 리베이트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씨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자신에게 투자를 맡긴 사람들의 계좌를 서울 소재 하나금투의 한 지점에 개설하게 했다. 하나금투는 이 ‘몰아주기’의 대가로 수억원의 브로커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거래대금이나 거래량 등 매매규모와 연동해 정해진 금액 외의 대가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의 행각으로 인한 피해자는 232명 수준이다. 피해금액은 물경 292억원에 달해 이 씨 관련 사건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처벌을 무겁게 내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하나금투가 이 정도로 센 수위를 처벌을 받게 된 데에는 달라진 법령과 당국의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투는 매매수수료에 연동한 대가 지급 금지 위반, 집합주문절차 처리위반, 투자일임 수수료 외 타 수수료 수취, 자전매매 등 자본시장법에서 총 4가지 사항을 위반했다. 과거에는 금융기관이 같은 법을 여러 번 위반해도 1건으로 간주했지만 지난 2015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위반행위를 건수별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나금투가 부담해야 할 과태료 수준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앞으로 금융사가 수십억대 과태료를 물게 되는 사례는 좀 더 많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최대 5억원인 현재의 과태료를 10억원으로 2배 상향시킬 계획”이라면서 “증권사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폭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업에 대해 엄격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금감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분들의 명단을 보면 금융쪽에 정통했다기보다는 ‘군기반장’ 느낌이 강하다”면서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자칫 금융업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인 금융감독원장 자리에는 최근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캠프를 지원한 김 전 총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비금융권 감사를 하며 보낸 인물이라 업계는 물론 참여연대까지 금감원장 임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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