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기아자동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패닉'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드 보복에 따른 일부 공장 중단으로 해외 판매 및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와의 임단협도 중단된데다 통상임금 소송 패소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법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맞다” 사측 4000억여원 지급
3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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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양재사옥 /사진=미디어펜DB |
재판부는 “기아차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은 통상임금이 맞다”며 “노조 청구금액 중 원금·이자를 합한 총 4000여억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 연 700%에 달하는 정기 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청구 금액은 원금 6588억원과 이자 4338억원으로 총 1조926억원이다. 여기에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최대 3조1000억원에 이르는 역대급 소송이다.
재판부는 “마땅히 노조가 받아야 할 임금이고 기아차는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아 경영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주장도 부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기아차가 노조와의 1심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이번 선고 결과는 현대차에게도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순익의 16.5%는 기아차 지분법 손익에서 나왔다. 기아차가 적자 전환하면 지분에 따른 손실이 반영되고 이렇게 되면 현대차 역시 상반기 순익이 34% 급감한 상황에서 지분법 손익까지 영향을 받으면 적자전환을 막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는 물론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노조가 추가 소송에 나서면 1조~2조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사실상 차입경영에 들어간 기아차에 맏형 현대차까지 타격을 받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삼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8.2% 감소한 219만7689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 34만4130대, 해외시장에서 185만3559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또 현대차는 사드 여파로 지난주부터 중국 현지 공장 5곳 중 4곳이 가동이 한때 중단되는 사태까지 직면하는 등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다행히 부품 공급이 이뤄지면서 공장 가동이 재개했지만 판매 부진 등으로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돼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부품업체나 협력사와의 재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공장·임단협 중단에 FTA까지 '골머리'
현대차는 또 올해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잠정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교섭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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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는 최근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잠정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교섭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노동조합 제공 |
노조는 더 이상의 교섭이 의미 없다고 판단, 다음 달 선거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출범하는 차기 집행부가 교섭을 재개토록 한다는 의도다. 현 박유기 집행부 임기는 오는 9월 말 만료된다.
결국 교섭은 차기 집행부가 들어서는 오는 10월 이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로서는 임단협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생산에 집중해야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최근 한미FTA 논의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은 한미FTA 발효 이후 자동차 분야 등에서 무역 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며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정문에 대한 개정이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논의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릴 경우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 환경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내려지면 대응방향을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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