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이 KBS·MBC 등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교체를 위한 로드맵이 담긴 문건을 만들었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한 가운데 보수야당은 민주당에 '방송장악 의도'에 대한 규명을 촉구했다. 

해당 문건은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것으로 지난달 25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야당 측 이사들의 개인 비리를 부각시켜 퇴출시키자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문제와 관련, 정치권이 나설 경우 한국당 등 야당의 '언론 탄압'이라는 역공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건은 '방송사 구성원 중심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 전개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당이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부담이 있어 방송사 노조, 시민단체·학계 등 영향력을 활용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건에서는 '시민사회·학계·전문가 전국적·동시다발적 궐기대회, 서명 등을 통한 퇴진 운동 필요', '언론적폐청산촛불시민연대회의(가칭) 구성 및 촛불 집회 개최 논의' 등도 제시했다. 또 촛불 집회 등 시민단체 주도의 범국민적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북핵위기대응특위 연석회의에서 "말로는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하면서 표리부동하고도 악의적인 공영방송 장악 기도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제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우리당 추천 이사 한 분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그분이 이유로 허위·왜곡으로 점철된 고소내용과 인신공격은 교육자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미 방송장악이 저희들 국회까지 참석하지 않으면서 저항하고 있는데 차곡차곡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실증"이라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8일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문건과 관련 민주당에 '방송장악 의도'에 대한 규명을 촉구했다./사진=미디어펜


정 원내대표는 "EBS 사장은 지난 8월에 임기 1년을 남겨두고 그만뒀다. YTN사장은 지난 5월에 임기 10개월을 남겨두고 사직을 했다"며 "이제 MBC 사장 체포영장에 이어서 방문진 이사 1명만 더 사퇴하면 이사회 주관으로 MBC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내고 문건과 관련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장과 이사진을 퇴출시키는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라며 "즉각, 방송 장악 기도를 중단하게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을 조종하려는 음모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언론 적폐' 청산을 외치며 '공영방송의 정상화'라는 '이유 있는 총 파업'의 진짜 이유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놀랍게도 공영방송 노조의 총파업사태는 민주당 비공개 내부문건에 지시된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적폐 청산 명분하에 집권 여당의 입맛에 맞는 '신 적폐 언론'으로 재 각색하려는 진짜 적폐를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니 '언론 자유'니 '민주주의'니 말하던 그들의 후안무치한 두 얼굴에 기가 막히다"며 "국회 내 조사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논평을 통해 "해당 문건은 관련 실무자가 의원과 논의하기 위해 워크숍 준비용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며 "우리 당의 공식 문건이 아님을 밝힌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이에 "자신의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담긴 내부 문건에 대해 반성은커녕 구차한 변명을 들고 나왔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당 전문위원실이 만들었고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워크숍에서 공유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게 공식 문건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눈앞에 실제 문건의 내용대로 되고 있지 않은가. 이건 무슨 말로 설명할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구차한 변명 이전에 차라리 국정조사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나서라"고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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