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예비당첨자(입주자) 비율 40%요? 배 아픈 사람 좀 있을걸요.” (A건설사 관계자)
최근 서울 인기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예비당첨자 비율이 20%에서 40%로 늘어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나온 얘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청약 접수 전날인 지난 5일 예비당첨자 비율을 20%에서 40%로 늘리는 내용으로 입주자 모집공고가 정정됐다.
분양 승인권자인 서초구청이 예비당첨자 비율을 40%로 늘릴 것을 요청했고, 시공사인 GS건설이 이를 받아들여 정정공고를 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의 경우 예비당첨자 비율을 40% 이상, 나머지 지역은 30% 이상으로 책정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청약에 들어간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중랑구 면목동 ‘한양수자인사가정파크’, 구로구 항동지구 ‘한양수자인와이즈파크’,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도 예비당첨자 비율이 모두 40%로 책정되는 등 바야흐로 예비당첨자 비율 40% 시대다.
예비당첨이란 말 그대로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거나 당첨이 됐지만 부적격자로 처리돼 당첨이 취소됐을 경우 우선적으로 입주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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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청약 접수 전날인 지난 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정정, '예비당첨자 비율 40%'를 최초로 적용했다. |
◇일반분양 물량의 20% 이상 예비입주자 선정해야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제26조)에 따르면 입주자를 선정하는 경우 일반공급 대상 주택수의 20% 이상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일반공급 물량이 1000가구라면 200가구의 예비당첨자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규정하는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 발생하는 미계약분은 건설사 등 사업주체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예비당첨자들을 대상으로 공급하거나 자체 보유분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예비당첨자 비율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가 늘어나고 건설사 등 사업주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프리미엄(웃돈)이 보장되는 인기 단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기 단지의 경우 부적격 당첨자 물량을 예비당첨자들을 대상으로 분양한 뒤, 남은 물량을 다시 임의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돈 되는 아파트를 처분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B건설사 한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까지 (당첨 기회가) 넘어간다는 것은 인기 분양 단지라는 것인데, 사업주체 입장에서 굳이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약까지 분위기를 더 끌어 올려야겠다고 판단되거나,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분양 전략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공급을 할 수 있다”면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는 알짜 미계약분은 임‧직원이나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사업주체 입장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짜 미계약 물량은 사업주의 몫?
사업주체들이 기다리는 알짜(?) 미계약분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예로 지난해 말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는 부적격자 당첨 비율이 30%에 달했고, 예비당첨자 비율은 20%였다. 최소 10% 이상이 미계약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처럼 부적격자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예비당첨자 계약에서도 부적격이 많다”며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신반포센트럴자이, 래미안강남포레스트 등 인기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미계약분은 대부분 사업주체인 조합에서 처분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계약분을 처분하는 사업주체는 시행사는 물론 건설사가 될 수 있고(시행과 시공을 함께하는 경우), 조합(재건축 사업의 경우)이 될 수도 있다”며 “주거의 수단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아파트를 실수요자들에게 보다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예비당첨자 비율을 더 높이고 투명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예비당첨자 비율을 높이고, 선정방식도 일반청약과 마찬가지로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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