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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주가 지나고 있다.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과 자학증에 걸렸다. 안산 단원고 어린새싹들이 진도앞바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유가족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도 눈물흘렸다. 모두가 기도했다. “우리아이들 살아서 돌아오라고” 전능하신 하나님과 부처님에게 기도했다. 저들을 굽어 살피셔서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달라고...유가족과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울부짖고 통곡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의 마음을 저버렸다. 국민들의 희망에 화답하지 못한채 차디찬 바다에서 이승을 마감했다. 짧은 이생을 뒤로하고, 천국으로 가 부활의 삶을 살게 됐다. 어린 나이에 천국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하나님의 큰 뜻이 있겠지”하며 자위도 해보지만, 그래도 눈물과 한숨만 깊어진다. “하나님, 왜 이렇게 빨리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시냐”고 애소하고 싶다.
세월호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가면서 나라경제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가 파생시킨 또다른 비극은 관료들의 면피주의 행정이다. 교육부는 비극적 사건이 나자마자 모든 수학여행을 중단시켰다. 4~6월 성수기에 잡아놓은 중고교 수학여행과 수련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유탄맞은 청소년수련원, 유스호스텔 등 관련업계는 한숨만 쉬고 있다. 수련원들은 100%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며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호렙오대산수련원 이지환대표는 “저와 어머니, 형 등 우리 가족은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부 관리들의 전형적인 보신주의가 학생관련 숙박업소와 수련원등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모 아니면 도식의 한심한 행정이 여지없이 재현됐다. 이쯤해서 청소년수련원을 보자. 강원도에 있는 호렙오대산수련원.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수련원이다. 각급 학교로부터 받아놓은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태풍을 맞았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식자재는 전량 폐기처분해야 한다. 직원 월급과 대출금 이자 등으로 매달 1억~1억2000만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예약 취소로 살길이 막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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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로 국민이 집단우울증과 집단자학증, 무력감에 빠져있다. 기업들은 마케팅을 대부분 취소하고, 청소년수련원 음식점 관광 여행 놀이시설 등은 무더기 예약취소와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켜 청소년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의 줄도산을 조장하는 등 모 아니면 도식의 내수죽이기, 일자리줄이기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전형적인 면피주의 보신주의 행정이다.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참사의 아픔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지원은 경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관료들의 면피주의 규제가 내수와 일자리를 죽이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검토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은 이런 점을 살펴야 한다. 내수죽이기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들이다. 합동분향소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 |
수련원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SOS를 쳤다. 여가부 관료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수학여행관련 시설을 도와줄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라는 엉뚱한 보신주의 때문이다. 무책임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지환 대표(전국청소년수련원협의회 사무국장 겸임)에 따르면 전국의 청소년수련원마다 예약이 최소 5개에서 많게는 15개가 사라졌다. 교육부는 예약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약금은 쥐꼬리에 불과하다. 대부분 학교들이 구두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위약금을 받는다고 해도 전체 비용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의 경영난에 대한 보상치고는 도움이 거의 안되는 수준이다.
전국청소년수련원협의회는 은행들에게 대출금 분할상환과 이자상환 유예등을 호소했다. 하지만 은행들도 세월호 참사로 카드매출이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어서 수련원의 간절한 요청을 들어줄 처지가 못된다. 지난해 해병대 캠프사고로 경영난이 심화한 상태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수련원들은 당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업급여를 신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예약 취소는 휴업급여 대상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황당한 것은 매출감소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 이지환사무국장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매출타격과 줄도산이 이제부터 본격화하는데, 매출이 감소했다는 증거서류를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청소년수련원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마치 청해진해운처럼 단원고 학생들을 주검으로 내몬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교육부, 여가부 관료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만 나면 규제하고, 취소하기 바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련원행사나 수학여행이라면 충분한 안전점검과 시설점검을 전제로 실시하도록 하면 된다. 100% 안전한 수학여행은 지구상에서 없다. 마치 지진이나 번개를 막는 방법은 없는 것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모든 것을 취소하는 행정은 아프리카 후진국보다 못한 저급한 행정이다. 내수일자리를 죽이는 행태다.
교육부는 모조리 예약취소 등의 규제행정에 앞서 수학여행의 구조적 문제점부터 진단해야 한다. 현재 중고교의 수학여행비는 도저히 품질이 보장안되는 싸구려상품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학생 1인당 수학여행비는 3박4일기준 16만~17만원한다. 세월호처럼 여객선을 탈 경우 객실료는 6만원이지만, 학생등 단체인 경우 3만~4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이런 저가 비용으로 인해 해운사들이 비용보전과 수익확대를 위해 선실 수용규모를 무리하게 늘리는 등 편법을 부린다. 품질에는 대가가 따른 것을 관료들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규제만 한다.
마치 500원내고 1000원어치의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집단 싸구려의식과 관행에 젖어있다. 세월호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비행기 불시착사건을 보자. 당시 아시아나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불시착하면서 비행기가 전소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중국인 승객 2명이 사망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300여명 승객과 기장, 승무원들은 대부분 신속하게 탈출했다. 기장과 승무원들은 위기시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구명장비를 동원해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다른 나라 비행사들과 글로벌 경쟁을 벌이면서 위기대응도 일류급 수준으로 발전했다.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도 해외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적절한 수준의 대우와 급여를 받는 기장과 승무원들은 고도의 책임감과 도덕적 책무를 바탕으로 승객부터 구조시키고 자신들은 나중에 대피한 것이다.
반면 세월호 등 국내 여객선들은 내수전문인데다, 운임이 너무 낮아 선장 등 직원들에 대한 보수가 형편없다. 세월호 선장 월급이 270만원에 불과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더구나 선장은 비정규직 계약직원이었다. 기관사 등의 월급도 170만원대였다. 이런 저임금을 받는 직원들이 무슨 책임감과 도덕적 책무를 다하겠는가? 국내 최대 여객선 선장이라면 1000만원수준의 월급을 줘야 캡틴으로서의 사명감과 책무감을 가질 수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소득 2만6000달러의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을 갖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저임금구조로 고도의 서비스를 누리려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다시 수련원문제로 돌아가자. 수련원은 세월호 참사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국공립수련원을 제외하곤 150여개 민간 수련원들이 줄도산이 볼보듯 뻔해졌다. 유스호스텔이나 수련원 등은 내수업종으로 소중한 일자리창출산업이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서민경제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지적처럼 관료들이 모든 수학여행 취소란 돌을 던지면 수련원등은 맞아 죽을 수밖에 없다.
관료가 내수를 죽이는 자학적 행태를 해선 안된다. 그것은 우매한 짓이다. 전국민의 집단 우울증과 자학증으로 내수가 썰렁해지고 있다. 여행사, 백화점, 음식점, 골프장, 위락시설 등이 매출급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카드사용도 줄었다. 겨우 살아나고 있는 내수의 불씨가 다시금 꺼질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3.9%로 지난 2011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 조치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뿔싸, 세월호 참사로 2분기부터 소비심리 위축으로 다시금 성장률이 추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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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구조선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
내수가 얼어붙으면 서민들이 추위를 탄다. 초여름 날씨속에 자영업자들과 내수업종 종사들은 극심한 때아닌 강추위를 맞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케팅행사를 취소하는 등 자숙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5월의 경우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내수업종의 성수기다. 황금기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들마저 휴대폰 출시시기와 신차발표를 연기하는 등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이것은 곤란하다.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악재다.
청소년수련원 부도위기는 내수업종의 작은 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면피주의와 보신주의에 빠져 내수업종의 어려움을 조장하고, 부채질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위로와 지원 등은 이뤄져야 한다. 유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민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안산 단원고의 다른 학생들도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남이 해주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남이 돌려주지 않는다. 5000만 우리 모두가 돌려야 한다. 생계형 서민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중 월급 100만원미만 종사자가 1000만명이나 된다. 매일매일 벌어야 먹고사는 사람들과 가정들이 부지기수다. 박근혜대통령은 사고수습과는 별개로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면피주의행정을 점검해서 시정해야 한다. 경제는 돌아가게 해야 한다. 지상파와 종편들도 하루종일 세월호참사관련 보도를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지나친 연예오락물은 자제해야 하지만, 모든 프로를 세월호문제로 도배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슬픔을 내면화하고, 경제의 물레방아는 돌려야 한다. 부자와 대기업들은 이런 국가적 위난에서도 별 타격이 없다. 고단한 생업을 이어가는 서민과 중소기업들, 내수기업들만 죽어난다. 이들에게 돌맹이를 던지는 일은 저급한 규제행태는 삼가야 한다. 국정은 세월호에만 매달리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이를 직시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