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일을 자행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출연자 '블랙리스트'와 방송사 내부 인사에까지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3일 "MB 국정원의 비열한 KBS 사찰·개입 문건, 내부 부역자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라는 성명에서 "노동조합은 상기 내용들에 대한 강력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정보원도 추악한 과거와 단절하고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당장 추악한 방송장악 문건들을 모두 공개하라!"며 "또한 우리는 내부의 부역자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찰·탄압 공작은 내부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라며 "진실은 곧 밝혀진다. 먼저 부역의 죄과를 고백하라! 우리는 정권에 부역해 밀정노릇을 했던 부역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할 것이다"라고 빍혔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MB 국정원의 비열한 KBS 사찰·개입 문건, 내부 부역자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충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일을 자행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출연자 '블랙리스트'와 방송사 내부 인사에까지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충격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국정원 개혁위는 9월 11일 '적폐청산 T/F'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과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 신속한 후속조치를 권고했다.

조사결과 중 KBS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2,3번 내용은 모두 김인규 사장 임기 초반인 2010년 상반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은 대규모 컨설팅을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게이트키핑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였다.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KBS 내부의 '좌편향 인사'를 배제하고 탄압하라는 맥락으로 읽힌다.
 
1.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파악 국정원에 지시.(2009. 9)
 
2. 청와대 홍보수석,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파악 국정원에 지시.(2010. 5)
 
3.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T/F'의 '특정 라디오 제작자 지방 전보발령 유도'(2010. 4)
 
4. 'KBS 등 공영방송에서 정치성향 문화·예술단체 출신 방송인 퇴출 유도' 등 블랙리스트 방송인 사찰·탄압
 
당시는 이병순 사장 때부터 정권의 코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인사학살을 통해 배제가 돼 있었고, 김인규 사장은 이제 막 출범한 언론노조 KBS본부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며 파괴공작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9년 말에는 김현석 전 기자협회장은 강원도 춘천으로 강제 발령이 났고, 이어서 새노조 라디오 조합원들에 대한 축출이 이어졌다. 서울과 지역국 순환근무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MB주례연설 방송 반대 투쟁 등에 적극적이었던 고참 PD들을 지역으로, 새노조 공추위 라디오 간사는 비제작부서로 강제로 발령냈다. 당시에도 이런 일련의 흐름들이 새노조를 중심으로 한 비판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배제와 탄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배후에서 조정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다.
 
4번 블랙리스트 방송인에 대한 사찰과 탄압도 이미 그 실체가 많이 드러났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관여를 한 정황도 드러난 게 사실이다. KBS에서도 윤도현, 김미화, 김제동 씨 등 수많은 블랙리스트 방송인들의 퇴출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간부들은 아무런 외압이 없었고 자체적인 판단이었다고 옹색한 변명을 해댔다. 하지만 국정원 내에 TF팀까지 만들어져 조직적으로 사찰과 탄압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와 수사는 불가피하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현재 고대영 사장 역시 이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자유스럽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가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 2월 8일 <시사기획 창> '국가인권위원회' 편의 윤도현 씨 내레이션이 급작스럽게 무산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가 보도책임자였고, 담당 기자의 해외출장 하루 전에 출장을 반려해 국가인권위 관련 취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현재 KBS 이사로 있는 변석찬 이사에게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디오 PD들이 보복성 지역 발령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담당 부장이었기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마지막으로 1번의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는 문건의 제목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방송사의 인사와 제작에까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재 우리 노동조합은 상기 내용들에 대한 강력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가정보원도 추악한 과거와 단절하고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당장 추악한 방송장악 문건들을 모두 공개하라! 또한 우리는 내부의 부역자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찰·탄압 공작은 내부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진실은 곧 밝혀진다. 먼저 부역의 죄과를 고백하라! 우리는 정권에 부역해 밀정노릇을 했던 부역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할 것이다.
    
2017년 9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