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위원장 "금융사 평가에 반영할 것"
금융산업은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부실화하면 국가경제의 위기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금융권은 국가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 뿐  아니라 최근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본지는 금융의 공공성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산업의 현 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총 7차례에 금융권의 채용과 금융상품·서비스 현 주소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MP기획 '동행'-행복금융②]사회적 약자 위한 금융권 채용 현주소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여성, 지역인재 등 사회 배려자 채용 등을 금융회사의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행사 참관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넨 말이다. 약자 채용 관련 이슈에서 다소 뒤처진 감이 없지 않은 금융사들이 '채용 대세'에 동참하길 독려하는 말이기도 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53개 금융사는 지난 13일 공동으로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여전히 공기업과 함께 청년들의 '취업 희망 1순위'로 손꼽히는 금융권의 달라진 채용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권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협약서'가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서는 신규채용을 늘리고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는 골자로 작성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년실업률이 높은 사회 전체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청년들 자체가 일종의 '약자'가 된 게 현실"이라면서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금융권이 사회에 어느 정도 공헌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통상 '금융권 채용'과 '약자 배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권 직장들은 대부분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약자 배려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 등 새로운 인사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금융사들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채용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약자 채용' 관련 내용을 추가할 의사를 드러냈다. /사진=미디어펜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장애인 고용비율이 평균 1.47%에 불과했다. 이는 법으로 규정한 2016년 장애인 의무고용률(민간기업 2.70%, 공공기관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하면 수십억원의 부담금을 내야 함에도 금융권의 장애인 채용 현주소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민간기업 2.9%, 공공기관 3.2%로 상향돼 금융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내서 채용 다양성을 제고시키는 사례도 물론 있다. 예를 들어 구 현대증권(현 KB증권)은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뒤 사회 공헌활동을 전담시켜 '약자 채용'과 '봉사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큰 호평을 받았던 이와 같은 채용방식은 증권가 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채용 배려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권 분위기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금융 공기업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5급 신입직원 57명 채용에 블라인드 방식을 전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류전형을 없애는 대신 객관식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면접을 포함한 전 과정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다는 골자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역시 블라인드 채용 강화방침을 밝힌 터다.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회사가 일자리를 늘리는 등 고용의 질을 높일 경우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분위기 변화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할 때 여성, 지역인재 등 사회 배려자 채용 정도를 채점기준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금융회사에 대한 세제혜택도 당장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고민할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딱딱한 감이 없지 않은 금융권 채용방식에 다양성을 부여할 의지를 드러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