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서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수요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미흡하다고 판단하는지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이 솔솔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정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통한 보유세 인상이었다. 보유세를 인상하면 부동산 보유자들이 경제적 고통을 느끼므로, 팔 수밖에 없으므로 수요가 감소하여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란 생각이었다.
이들의 순진한 생각과는 달리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특히 강남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하였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결과적으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는 우스개 소리가 일반화되었다.
이번 정부도 노무현 정부 때의 실패정책을 따라갈 듯하다. 우선 그들이 생각하는 부동산 시장구조가 똑같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투기목적으로 사두었던 부동산을 가진 부자들이 경제적 고통을 느끼게 하려면 보유세를 당연히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단세포적 생각이다. 한번 실패한 정책에 대해 교훈을 받지 않고, 답습하려는 순진함에 놀라울 뿐이다. 부동산 경제학에서 설명하고 있는 원리를 제대로 익혀서 이런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거나 높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선 수요를 감소시키거나, 공급을 늘리면 된다. 현 정부는 부동산 공급 증가를 위한 정책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하다.
|
|
|
▲ 보유세 인상안은 부동산 가격인상으로 이어짐을 확실해 보여주고, 과거 노무현 정부때의 정책실패라는 경험적 사례도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사진=미디어펜 |
대신 부동산 수요를 억제시키는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소위 힘깨나 있는 여당의 정치인들은 보유세를 인상하면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유세를 인상하면, 보유세 인상분 만큼 수요자가 부담하게 된다. 즉 부동산 임대가격이 세금만큼 증가하여 보유세 인상의 고통은 소유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전가된다.
더 심각한 경제적 변화는 보유세 인상분 만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란 매년 지불하는 임대료를 전부 합산해서 현재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따라서 매년 지불하는 임대료가 보유세 만큼 인상됨에 따라 매년 부담하는 보유세를 전부 합산해서 현재가격을 합산한 만큼, 부동산 가격이 인상하게 된다. 이를 재정학에선 '세금 자본화(tax capitalization)'라고 한다.
세금은 매년 지불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플로우(flow) 흐름이지만, 궁극적으로 스톡(stock)으로 환원되어서 가격에 포함되는 자본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이때 세금 자본화는 부동산 공급이 있으면 그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해선 사고할 지적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공급이 전혀 증가하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분 만큼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제학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주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부동산 개혁이란 명분에 빠져 있는 경제학 문외한에게 경제적 효과를 이해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적 효과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이 시행되고 난 후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감에도 쉽게 돌이킬 수가 없다. 그땐 이미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보복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정책엔 세심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론에서도 분명히 보유세 인상안은 부동산 가격인상으로 이어짐을 확실해 보여주고, 과거 노무현 정부때의 정책실패라는 경험적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실패로 가는 보유세 인상정책을 추진한다면, 그들의 무지한 신념으로 인해 서민은 더 고통을 받고, 부자는 너 높은 경제적 부를 얻을 것이다. 여당 정치권에선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지만, 경제학적 이해가 높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왜 반대했는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