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아쉽고 허전합니다. 이제 일요일 밤 '효리네 민박'을 볼 수 없다니 말입니다.
'효리네 민박'이 방송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그랬습니다. '관찰 예능이 또 하나 추가되는구나', '이효리가 가수 컴백하니까 예능 출연으로 홍보에 나서는 건가',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과 다를게 뭐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JTBC가 지난 6월 말부터 방송을 시작한 '효리네 민박'을 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착하고 따뜻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는구나' '우리가 알던 이효리에게 저런 면이?' '이상순 이 사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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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TBC '효리네 민박' |
금방 '효리네 민박'에 빠져들었습니다. 직원으로 아이유, 아니 이지은을 합류시킨 것은 신의 한 수 처럼 보였습니다. 효리네 민박을 찾는 손님들이 '연예인 이효리 집'이 아닌 '효리네 민박집'을 찾아 호들갑스러움 없이 제주 여행을 통해 추억을 하나 둘씩 쌓아가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특별한 예능적 장치나 의도된 설정 없이, 민박집 주인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직원 이지은과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고 식사나 차를 같이 나누고, 얘기를 하고 들어주고, 만나고 헤어지고.
잔잔했지만 어느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 있었고, 긴장감이 없는데도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고, 일상적인 정을 나누는데도 로맨틱한 감성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사는 집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후 일반 관광객들이 호기심을 채우러 무단으로 집을 찾아 부부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반려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기고, 이웃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상순은 두 차례나 SNS를 통해 관광객들의 집 방문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효리네 민박'은 성황리(?)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24일 마지막 편이 방송됐습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손님들과 직원이 모두 떠나고 다시 둘만의 일상으로 돌아오자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아이유로 돌아간 이지은은 이효리 이상순에게 진심을 담(았을 것으로 추정되)은 편지를 남겨 남들 앞에서 잘 울지 않을 것 같은 이효리의 눈에 눈물이 비치게 했습니다. 민박집을 다녀간 13팀 39명의 손님들은 공통적으로 '힐링'을 얘기하며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효리네 민박'과 이상순 이효리 부부, 직원 아이유에게 고마워했습니다.
'효리네 민박'을 함께했던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입니다. 어서 시즌 2를 준비하라는 겁니다. 효리네 민박을 좀더 보고싶다는 겁니다.
선택은 제작진과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제작진으로서는 당연히 시즌2 욕심이 나겠지요. 쏟아지는 예능 프로그램 속 이만큼 성공적이면서 호평을 받는 관찰 예능이 있을까요. 성공한 아이템이니 민박집 영업을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화제성은 보장돼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가 봄이 무르익은 5월 중하순에 촬영이 진행됐으니, 겨울철 찬바람 불고 눈 많이 내리는 제주를 배경으로 시즌2를 찍으면… 저절로 새로운 그림이 될 겁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순이 사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니 힘들어서 다시 민박집을 열 엄두를 못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회 엔딩 장면에서 이효리가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잠깐 나왔으니 시즌2 힌트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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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TBC '효리네 민박' |
하지만, 시즌2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에서 생각 하나를 얹자면, 시간을 좀 줬으면 합니다. 왜 '효리네 민박'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는지 천천히 곱씹어볼 시간,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이지은이 소중한 인연들을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킬 시간, 민박집을 다녀간 손님들이 각자 일상을 살면서 어느 순간 소길리 효리네를 추억하고 그리워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비포' 시리즈 아시죠. 비포 선라이즈(1995)-비포 선셋(2004)-비포 미드나잇(2013). 각각 9년의 시차를 두고 만들어진, 동일 감독 동일 주연배우 영화입니다.
'효리네 민박'을 9년 뒤에나 만들자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청춘을 달궜던 아이돌 스타였던 이효리가 섹시 솔로가수로 변신하고, 결혼해 주부(평범하지는 않은)가 되고. 세월은 사람들을 그렇게 변화된 모습으로 이끕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지는 모르겠지만, '효리네 민박'이 다시 문을 열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효리는 더 멋있어지고, 이상순은 더 잘생겨지고, '새 식구'가 함께 한다면 더 좋겠지요.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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