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교실과 책상, 가슴찢어져...학생들 등교는 '새로운 희망'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슬픈 일이 발생한 지도 벌써 13일째입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듭니다. 텅 빈 교실과 책상을 생각하면, 교단에 몸담고 있는 동료 교사로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용화여고 제자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바라봅니다. 저 얼굴들 속에서 단원고 학생을 발견합니다. 비록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단원고 제자들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단원고 제자들에게 죄를 청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땅에 사는 어른으로서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을 태웠던 배는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렸습니다. 배는 출발 전부터 사고를 예고했지만 어른들은 무시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운항 수칙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출항하지 말았어야 할 배가 출발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 큰 배가 어찌 뒤집히겠습니까? 어른들의 욕심이 여러분의 친구와 선생님을 앗아간 것입니다.

어른들은 어리석었습니다. 과거 씨랜드 사건, 대구지하철 사건, 삼풍백화점 사건, 서해 훼리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는데도 어른들은 여러분의 친구를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은 무엇을 배웠단 말입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희생자들은 모두 착한 학생이었고 훌륭한 교사였습니다. 아이들을 먼저 내보기 위해 몸을 던진 선생님들의 고귀한 희생에 머리를 숙입니다. 저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를 자문해봅니다. 아이들은 사고 발생 당시 움직이지 말라는 선원의 말을 듣지 말고 뛰어나오지 그랬냐고 발을 동동 굴러봅니다. 조금만 빨리 뛰어나왔더라면, 조금만 빨리 여학생들을 앞세워 뛰어 나왔다면...가슴이 무너집니다.

   
▲ 우리들의 잘못으로 삶을 마감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하늘나라에서 학교를 만들어 함께 할 것입니다. 단원고 학생들이 다시 등교하고, 교사들과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세월호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어른들은 제 먼저 살기에 바빴습니다. 미안합니다. 선장과 선원은 배가 기울 때 무엇을 했단 말입니까. 배가 그렇게 기울면 갑판으로 나오는 게 상식 아닙니까. 선장실에서, 조타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판단이 서지 않았단 말입니까. 10분 전에만 제대로 대처했어도 여러분의 가슴에 그 큰 구멍을 남기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미안합니다.

희생자 가족 여러분, 죄송합니다. 단원고 교사들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제자를 잃은 교사가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비록 학교가 다르지만 가족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원고 선생님 여러분, 선생님들의 고통을 알고도 남습니다만, 희생자 가족을 위해 눈물을 삼켜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지난 24일부터 단원고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아픔을 나눴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기사와 사진을 본 뒤 두 손을 꼭잡았습니다. “저것이 희망이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명 한 명 학교 정문을 들어오는 학생들과 일일이 안아주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소망합니다. 하늘나라에서 숨진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를 만들어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늘나라에도 학교가 있다면 분명히 그러리라 기도합니다.  안산 시민들께 호소합니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지역주민들이 중요합니다. 부디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고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 반성합니다. 시민으로 규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지 반성합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고 있는 지 반성합니다단원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여러분. 힘내세요.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