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 나"...스윙잉 스커츠 LPGA클래식 우승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 전향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가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달리 시티의 레이크 메르 세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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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디아고가 26일 LPGA 투어 스윙이 스커츠에서 프로데뷔 후 첫 우승을 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시스AP |
이날 우승은 아버지 고길홍씨가 바라보는 가운데 거둔 첫 우승이어서 더욱 특별했다. 그동안 한 번도 딸의 경기를 직접 지켜보지 않았던 고씨는 지난주 롯데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딸의 플레이를 따라다녔다. 한 샷 한 샷 마다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아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버지는 내게 매우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는 항상 나와 함께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며 평소 오래 떨어져 있는 아버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아버지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내 플레이를 지켜봤다. 지난주에는 (아버지가 지켜본다는 생각에)떨려서 제대로 된 퍼트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느낌이 달랐다. (아버지가 지켜봐서인지)신기하게도 긴 퍼트도 들어갔고 탭인 버디도 넣게 됐다"고 아버지의 응원의 힘이 컸다고 설명했다.
리디아 고는 가족 이야기가 이어지자 다시금 눈물을 보였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또래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하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친구는 잃을 수 있지만 부모는 잃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깊이 와 닿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프로 전향 후 첫 우승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 질문에 그는 "어떤 우승이든 차이는 없다. 똑같이 영광이다. 이번 대회는 단지 아버지와 함께 한 우승이라는 점이 유일하게 다른 점이다.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도 모르게 (아버지 생각에)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4월24일생으로 이번 주 대회 도중 17세 생일을 보냈다. 특별한 한 주였다.
이에 대해 그는 "흔히들 달콤한 16살이라고들 부르지만 내게는 달콤한 17살이 어울린다. 생애 최고의 생일을 보냈다.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됐고, 우승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이루면서 진정한 17살이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지만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매우 특별한 일주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13번홀을 지나면서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던 리디아 고는 17번홀을 기점으로 1타 차로 추격을 받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루이스가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흐르는 듯 했다. 티샷을 러프에 빠뜨린 리디아 고가 버디를 하기에는 무리하게 보였다. 하지만 거친 라이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을 홀컵 옆에 붙여 버디를 성공,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확정했다.
리디아 고는 "도저히 버디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적으로 행운이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