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 이후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정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일부 의원들이 10월 말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데다 국내 북핵 전문가 일각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어서 간과할 수 없다. 한미 양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이유이지만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위반이라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전술핵 배치론자들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NPT조약에서 금지하는 핵무기 이양이나 수용이 아니라 미국이 소유한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이 운용하므로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지금 남한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을 점검해보고, 그 효력을 따져보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핵 확산을 금지한 NPT조약을 대표적인 이유로 내세운다. NPT 1, 2조를 보면 각각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에게든 양도(transfer)하지 않는다’라고 돼있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로부터도 양도받지 않는다’라고 돼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우리는 핵무기 이양을 금지할 뿐인 NPT 조항을 오해하고 있다”며 “남한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더라도 주한 미군이 소유하고 운용하는 핵무기라서 조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박 원장은 “더구나 NPT조약은 전시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은 NPT조약에 아랑곳없이 수소폭탄을 포함한 핵무기를 대규모로 개발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스스로 NPT조약만 내세워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토론 한번 활발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순종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전술핵 논란은 인터넷에 실린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만 살펴봐도 현실성과 무관하게 여전히 뜨거운 주제이다.

전술핵 배치론자들은 남한에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경쟁을 지속할 수 없게 하는데다 결국 남한의 전술핵 철수를 명분으로 북한이 핵포기를 테이블에 올려 협상에 나설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의하고, 미국 정부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대북 군사 옵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핵을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북한은 철저한 ‘통미봉남’ 정책으로 미국과 대결하는 벼랑끝 전술만 구사하고 있다.

최근 미 정부 인사 측에서 “북한과 2~3개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없거나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견해가 나왔다. 

남한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냉전시기인 1958년 공산주의에 의한 기습 침공을 우려해 배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1991년 이를 철수시켰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전술핵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중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이태리, 터키 5개국에 분산 배치해두고 있다. B61 계열의 항공기 탑재 전술핵무기로 소유권은 미국에 있고, 미국 대통령이 최종 사용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만약 무기를 사용할 때에는 배치 국가의 항공기도 핵공격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핵기획단(Nuclear Planning Group)이 함게 토의해 결정한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3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 안내판에 ICBM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박 교수는 “유럽의 나토 국가들은 ‘핵동맹[’(Nuclear Alliance)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핵무기 배치를 주장해왔으며, 지금 기존에 배치된 핵무기 종류가 다양하고 오래됐다는 명목으로 B61-12로 통합하고 개량하기로 결정,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토 국가에서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보다 남한에서 전술핵무기가 필요한 이유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9월 8~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북핵 위협에 대응해 방어를 위하여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데 대하여 '그렇다'가 68.2%였고, 반대가 25.4%, 모름·무응답은 6.4%였다. 

박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고, 동북아시아 전반에서 군비경쟁 등이 촉발할 것을 우려한다”면서 “그러나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가 필요하다면 미국을 설득해서 강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안보를 걱정해주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야하나.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