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 이후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정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일부 의원들이 10월 말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데다 국내 북핵 전문가 일각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어서 간과할 수 없다. 한미 양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맞지 않는 데다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술핵 배치론자들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NPT조약에서 금지하는 핵무기 ‘이양’이나 ‘수용’이 아니라 미국이 소유한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이 ‘운용’하므로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지금 남한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을 점검해보고, 그 효력을 따져보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정치권과 전문가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미국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 언급과 무관치 않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달 5일 미국 워싱턴 DC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9월8일에는 미 NBC뉴스가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옵션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미국 관리들이 중국 측에 밝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만 전술핵 배치론에 고개를 젓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입장만 강조하고 있지만 실은 ‘제2의 사드 논란’을 염려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전술핵 배치론자들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NPT조약에서 금지하는 핵무기 ‘이양’이나 ‘수용’이 아니라 미국이 소유한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이 ‘운용’하므로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전술핵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중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이태리, 터키 5개국에 분산 배치돼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한일 양국의 자체 핵무장 논의가 나오는 것은 중국을 자극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유인책으로 삼으려는 의도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질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게 ‘인질’이 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없는 미국의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 실장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이 한일의 핵무장 용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문재인 정부도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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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3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 안내판에 ICBM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
또한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주장은 남북간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만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가능해진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의 한반도 비핵화 추구는 공허해진다”며 “무방비 상태로 있기보다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 ‘공포의 균형’이라도 맞춰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렇게 되면 오히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도 있다”면서 “남북한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서로 동등한 선에서 핵무기 감축 또는 폐기 논의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6.25전쟁 종료 직후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소련에 과학자와 유학생을 보내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익히도록 했고, 1960년대 소련으로부터 IRT-2000 실험용 원자로를 지원받았으며, 1980년대 영변 핵발전소를 완성했다. 박 원장은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바로 6.25전쟁을 통해 달성하지 못한 전 한반도 공산화에 있다”고 했다.
현 체제를 고수하면서 핵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북한 김정은의 목적은 무력충돌로 정권의 끝장을 초래하기보다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 고위 관계자의 주장도 최근 나와 있다. ‘핵 동결에 합의하면 정권을 보장해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의도 외면하는 김정은 정권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한에 전술핵 재배치 논의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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