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부당하지 않으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경영권 승계 강화를 목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지난 19일 "삼성물산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성 등의 효과가 있다"며 "경영권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원심 재판부가 유죄의 근거로 든 '포괄적 승계 작업'에 관한 직접적인 판결은 없었다"면서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불법'이 부정됐으니 항소심에서 '포괄적 승계 작업'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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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당초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과 공모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에 합병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했다"며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성신약의 주장에 재판부는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합병 찬반을 결정하는 과정에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민사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의 원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다만 포괄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암묵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며 형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원심과 항소심에서 일관되게 "승계와 무관하게 경영상 필요에 의한 과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과정이었다"는 민사 판결의 논리는 이 부회장의 주장의 방어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뇌물죄의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에 대한 '무죄'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본 판결 또한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특검은 당초 "삼성이 합병 성사를 위해 비율을 조작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민사 재판부는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해 산정된 것이고, 그 산정 기준이 된 주가가 시세조종 행위나 부정거래 행위로 형성된 것이라는 등 합병을 무효로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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