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과 중국이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을 풀기 위한 출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3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APEC 회의 계기에 양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드 문제를 조율하는 실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중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어왔던 사드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해야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양측 간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진전을 보이고 있는 단계”라며 “서로 입장에 대한 공통분모를 현실적으로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도 최근 중국을 비공개로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율이 잘 마무리 될 경우 이르면 이번주 안에 청와대의 사드 관련 입장 표명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주 중 양국간 사드 조율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중 북핵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이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첫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1일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한중 양국의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의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양국간 사드 갈등이 완화되는 데 이어 북핵 공조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앞서 청와대가 밝혔듯이 사드 관련 발표문에 ‘유감 표명’이 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중간 사드 갈등 풀기에 이어 양국 정상이 다음달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에서 만난다면, 한중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면서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최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를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양국관계 진전의 기대감을 밝힌 것이 한중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높여줄 지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왕이 부장은 처음 대면한 노 대사와 손을 잡고 5분여간 환담한 뒤 한국 업체 부스 3곳을 둘러보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참석하지 않은 북한 부스를 그냥 지나친 것과 대비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의 제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2기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한중관계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우리 정부나 중국 정부도 사드와 관련해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 외교 실무선에서는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이고, 서로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이 때문에 사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서로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수준으로 메시지를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 측은 사드 문제를 마무리 짓고 한중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안보협의회(SCM)를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사드 배치는 ‘임시적’이고 ‘어떠한 제3국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 등이 포함됐다. 양국이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