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과 중국이 미래로 나가는 관계 개선을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을 ‘봉인’하는데 합의했다. 양측 모두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했으므로 상대방 입장을 ‘동의’하지 않지만 ‘이해’하는 수준에서 사드 출구찾기를 완성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입장은 입장이고, 현실은 현실이다”는 말을 남겨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 해결이 첫 관문이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양국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임을 드러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또 “한중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갖고 있는 입장을 있는 그대로 표명하고 그 순간에 봉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협상 대표간에도 “사드 논의는 이 선에서 끝난다. 위에서는 한중간 실질적인 관계 개선만 협력하자 말도 나왔다”고 말해 앞으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논의는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이번 협상은 영유권 분쟁이나 FTA처럼 누가 더 많이 가지냐가 아니라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장애가 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서로에게 부담이 안 되게 해결해 나갈지를 고민하는 데 공감을 갖고 시작된 협상”이라고 했다. 
  
즉 한중 양국은 사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차를 남겨두고라도 다른 현안에서는 교류협력을 정상화하겠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과 일본 정부간 위안부 문제를 봉인하고 북핵에 대응해 안보 측면에서 협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번 협의가 성공적으로 도출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세가지 요인을 들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정책이 시진핑 정부에 신뢰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가졌던 한중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보여준 신뢰감은 물론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중국의 거장 화가 치바이스의 특별전을 관람하고, 9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해 접견한 일 등이 좋은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서울에서 안보협의회(SCM)를 가진 뒤 ‘사드 배치는 임시적이고, 어떠한 제3국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일을 언급하며 “이번 한중간 협의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나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의 입장에 갑자기 변화가 생긴 것과 관련해 이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 조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파트너로 한국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게다가 최근 북중관계가 어려워지는 등 중국 정부로서도 사드 문제를 남기고라도 한중관계를 복원시켜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한국과 중국 정부가 이날 오전 동시에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문’을 보면 ‘중국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는 대목이 있다. 동시에 ‘중국측은 한국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으며, 한국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 또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사드 문제를 놓고 한중 군사 당국간 소통 채널은 가동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앞으로 안보와 관련한 외부 요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측이 지적한 미국MD구축이나 사드 추가배치 문제 모두 언제든 북한의 도발 수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협의문에 ‘중국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는 대목이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숙제로 남았고, 다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우리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측은 협의문에서 한미일 군사협력도 지적했는데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 등 인도적 방어적 차원의 군사훈련은 지속된다”며 다만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중간 협의 이후 중국의 사드보복 철회 등 경제적 조치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중국은 당초부터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중국 국민들이 사드에 대한 불만이나 반발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중국 정부 차원의 가시적인 정책 전환 발표 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정책은 무쇠솥과 같아서 천천히 효과가 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중국 정부가) 여러가지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협의문 이후에는 눈에 보이게 한중간 따뜻해지는 관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에 비춰보면 중국측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간 사드 갈등 해소가 가시화되자 정치권과 재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양국이 발표한 합의문에 사드보복 피해나 재발 방지 등 중요한 요소가 빠진 것이 사실이다. 협의문에 명확한 문구를 넣는 대신 중국의 무쇠솥 같은 정책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드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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