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전동차 2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상자 3명을 포함해 240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로 기관사와 승객 등 24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명은 어깨와 쇄골 골절, 뇌출혈 등 중상을 입었고, 59명은 서울지역 9개 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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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초유의 지하철 추돌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2일 추돌된 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운전적 앞유리에 금이 가 있다./사진=뉴시스 |
사고로 지하철 2호선은 을지로입구역에서 성수역까지 9개역 구간에서 9시간 가까이 열차 운행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상 초유의 열차 추돌사고
지난 2일 오후 3시32분께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승강장에 정차해 승객을 승하차시키고 출발하려던 2258호 열차를 뒤따르던 2260호 열차가 추돌해 발생했다.
승강장 진입을 앞둔 2260호 열차는 출발하지 않은 2258호 열차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시도했으나 추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고 충격으로 앞 열차의 각 칸을 연결하는 차량연결기 7개가 파손됐다. 뒤따르던 열차는 바퀴가 탈선했다.
두 열차에 탑승해 있던 1000여명의 승객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손잡이 기둥 등에 부딪혔다. 조명까지 꺼지면서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뒤따르던 열차의 속도가 빨랐거나 앞선 열차의 승객들이 승하차 중이었다면 자칫 또 하나의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승객 스스로 문열고 대피…240명 부상
사고가 발생한 두 열차에는 10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낮 시간대여서 노약자와 학생들이 많았다.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도 승객들은 좌석 밑에 있는 수동 개폐장치를 열고 대피했다. 일부 승객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려 안내방송에 따르지 않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승객들은 10여 분 뒤 전원 승강장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이날 사고로 240명이 다쳐 건국대병원, 한양대병원, 순천향병원, 서울백병원, 서울중앙병원, 마이크로병원 등 1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추돌한 열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어깨 탈구와 골절 등으로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돼 수술 대기 중이다. 이모(80·여)씨는 쇄골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50대 남성은 뇌출혈을 호소해 입원했다.
240명 중 59명은 치료를 위해 입원했고 181명은 간단한 치료 후 집으로 돌아갔다.
◇안내방송 없었다?…반대 선로 차량 진입 탓 "대기하라" 방송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사고 직후 사고 관련 안내 방송이 없었다고 전했다. 조명이 꺼지고 넘어진 사람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승객들은 좌석 아래 수동 개폐 장치를 조작해 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대피했다.
서울메트로 장정우 사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앞차의 경우 사고 직후 출입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대피시킨 후 대피방송을 했다"며 "뒤에 있던 열차는 '차내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다"고 밝혔다.
반대 선로에서 차량이 진입할 경우 승객들이 대피하다 2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일단 열차운행을 통제한 후 승객들에게 대피 방송을 했다는 설명이다.
메트로 측은 사고 발생 2~3분 후인 오후 3시34분께 종합관제센터를 통해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승무원들이 열차 문을 열어 반대편 승강장으로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승객들은 여전히 사고에 대한 안내 없이 '앞차 때문에 출발이 지연됐으니 기다리라'고만 알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열차 자동정지 장치 '고장' 가능성
전동차 추돌 사고는 안전거리유지장치가 고장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사고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전동차 간 200m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자동신호 조절장치의 고장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운영본부장은 "전동차 연결기 7개가 부숴졌고 전동차 두 량이 탈선한 상태"라며 "복구팀 5개 조 150여명이 복구를 진행 중으로 오후 10시께 복구될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서울시 역시 사고 원인에 대해 일단 "ATS의 고장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다.
서울지하철 관계자는 "이렇게 부상자가 발생할 정도의 추돌 사고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고가 신호문제인지, 기관사 실수인지, 차량결함에 제동장치 결함인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전동차 기록장치를 떼와서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사고대책본부 구성…경찰 수사 착수
국토교통부는 오후 3시55분께 세종정부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지하철 대형사고 위기경보 '심각' 상황을 발령했다.
서울시도 사고대책본부를 소집하고 사고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열차 운행 중단으로 교통 대란을 우려해 개인택시 요일부제를 해제하고 상왕십리 주변 노선 35개에 버스 71대를 추가 투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현장을 지휘하는 등 사고 수습을 독려했다.
박 시장은 또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관련 시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부상자와 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자 치료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두 번 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사과의 뜻도 전했다.
경찰은 허영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기관사 과실 여부와 열차의 기계적 결함, 지하철 신호등 운영시스템 등 전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