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른바 ‘수퍼 위크’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주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와 함께 미일 정상회담에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미러 정상회담도 연쇄적으로 개최돼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이른바 그랜드 정상회담이 펼쳐진다.
특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대원칙으로 내세우고 남북문제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표명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방영된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해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면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공조도 대단히 중요해졌지만 3국간의 공조가 더욱 긴밀해져야 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북한의 핵을 이유로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라 그동안 정상간 통화에서 지속적으로 밝힌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방한을 목전에 두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밝힌 것은 균형외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과 중국이 미래로 나가는 관계 개선을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을 ‘봉인’하는데 합의했을 때에도 중국 측은 협의문에서 ‘중국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한 바 있다.
동시에 정부는 이날 북한 금융 관련 18명을 추가 제재하는 내용으로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 역시 균형외교의 일환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발표된 5.24조치로 인해 사실상 독자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상징성 차원에서 단행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북한 핵 문제를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 강대국인 미국이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사이에서 균형외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가 내세웠던 ‘동북아 균형자론’이 국내에서는 한미동맹 이탈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을 불러왔고, 중국 편중 외교를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에 부딪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는 북핵 대응을 위한 ‘핀 포인트’ 전략에 가깝다”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다른 의미”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미중간 외교 줄타기를 하다가 중국과 사드 갈등을 빚으면서 관계가 크게 악화된 경험이 있어 문재인 정부도 균형외교의 시험대를 비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보수 야당이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발언에 대해 “자칫 한미간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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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정상회의 계기 지난 7월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청와대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히고, “북한 핵‧미사일로 안보현실이 매우 엄중하고, 한미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포괄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간 이미 합의된 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최종 결정을 도출하고,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전략자산의 도입이나 개발에 관한 결론을 낸다면 일단 성공적인 회담으로 결론나면서 대중국 외교에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유일하게 의회에서 연설하는 한국 국회연설을 기해 북한과 김정은정권을 향해 평소보다 더 높은 수위의 군사 옵션을 언급하는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낼 경우 우리 정부는 부담스러운 숙제를 안게 될 것이고, 이어지는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자칫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밝혀야 하는 등 난항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4군 전략대화’ 체제 구축을 꾀하고 있어 우리 정부에까지 군사동맹을 압박해올 가능성이 예견됐다.
6일 일본의 주요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북압박 강화와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새 외교안보전략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할 예정으로 이는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겨냥한 대대적인 대 아시아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앞서 정부가 중국과의 협의문에서 천명한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3No’원칙이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에 제동을 거는 첫 걸림돌이 될 우려도 커졌다.
미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할수록 한국은 이에 대해 가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경우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배제론)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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