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 추가 매각과 지주사 전환 급제동
   
▲ 사진제공=우리은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추가 매각과 지주사 전환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광구 은행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새 은행장 선출을 비롯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 등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 사임 후 후임 대표이사가 선출될 때까지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 그룹 부문장에게 업무총괄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부재함에 따라 정부 잔여 지분 연내 매각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중요 사안을 결정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숙원이던 민영화를 성공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취임 후 재임기간에도 뚜렷한 성장세를 견인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 추진에 속도를 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18.78% 매각과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통해 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8개 계열사 구조로 이뤄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야심차게 밟아온 지주사 전환에 급제동이 걸렸다. 우리은행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성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채용관련 문건을 통해 신입사원 공채 선발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이 행장은 지난 2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민영화는 이뤘지만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새로 선임되는 은행장이 직원들의 염원을 모아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로 전환하기를 바란다”며 못다 이룬 지주사 전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새 행장이 선출되더라도 당장 무너진 우리은행의 신뢰도 구축과 내부조직 쇄신이 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지주사 전환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이 행장 후임 인선과 관련, 예보의 참여여부를 둘러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지난해 예보는 보유 지분 29.7%를 과점주주에 매각했으나, 여전히 잔여지분 18.5%를 보유한 1대주주다. 올해 초 이 행장이 연임할 당시에는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의미에서 임추위에 예보측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 행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경영권 안정을 명목으로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이 시급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어려울 전망이다”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으면서 또다시 정부의 영향권하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