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미국 대통령 국회연설에 여야 호응…대 중·러 메시지로 설득력 갖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미국 대통령으로 24년 만에 국회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해 강한 유대감을 표현하고, "전쟁으로 함께 산화하고 승리했다"며 한미동맹의 가치를 역설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잔혹한 독재자" "종교집단 같은 이단 국가" 등 직설적인 표현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력 비판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대조시키면서 "한국의 성공적인 성장을 잘 알고 있으며, 신뢰하는 동맹국이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동남아 순방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33분간 진행된 연설은 그동안 강경 발언을 쏟아내 다소 흠집이 간 자신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로 평가된다.

최근까지도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을 표방해 일각에서 '전쟁 신봉자'로까지 오해를 불러았던 그였지만 이날 대한민국 국회에서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의 실천'을 피력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와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종종 제기되던 '코리아 패싱'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전날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자체 방위력과 한미 연합 방위 능력 향상을 위해 미국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을 갖고 있고,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 자산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한국에서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장비를 주문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말했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33분간 연설 중 25분을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사례를 들며 비판했지만 대북 직접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세계는 악당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 핵 참화로 세계를 위협하는 체제를 관용할 수 없다. 책임지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면서도 김정은을 향해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중단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안전하고 검증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다"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등 수위 높은 발언한 것에 비해 비교적 약한 대북 메시지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체적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돼 국제사회의 동향과 한·미 두 나라의 향후 안보·외교 전략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들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체제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는 이 위험에 함께 대처하는 것"이라며 "기다릴수록 위험은 증가하고 선택지는 적어진다. 이 위협을 무시하거나 혹은 가능하게 하는 국가들에게 말한다. 이 위기의 무게가 여러분의 양심을 누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다. 당신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며 "어두운 길로 향하는 한걸음 한걸음이 당신이 직면할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다.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북미 대화를 놓고 현재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또 이에 따른 남북 간의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어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누가 봐도 많이 약해진 축면이 있다”면서 “이는 현재 혹은 빠른 시일 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해 발언 수위를 조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는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뭔가 사인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의 연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향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까지의 위협적인 발언 수위에 비해 북한에 대해 요구하는 내용이 보다 선명해진 만큼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모색으로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명확한 대북관과 동맹관을 설파한 만큼 한미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쌓인 과제들이 보다 선명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통상 문제는 딱 한번 언급했으며,FTA 단어 거론도 안해 한때 한미관계에 먹구름으로 전망되던 한미FTA 폐기 우려는 불식되는 분위기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여야는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야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간 중간 박수를 치면서 그의 메시지에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냈으며,입·퇴장 시에는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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