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포항지진이 일어난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피해복구가 이뤄진 곳이 64%를 넘어선 가운데, 근거 없는 원전괴담은 쑥 들어가고 위험건물 내진점검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7일 낸 상황보고서(오후11시 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진 피해를 본 1646곳 중 1064개소에 대한 응급복구 작업이 완료됐다.
관건은 경주지진 보다 진원 깊이가 얕았던 포항지진의 경우 지표면 부근 진동세기가 상대적으로 심했고, 진앙인 포항시 흥해읍은 해성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이라 지진파가 퇴적층에서 증폭할 수 있어 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표면 부근 진동이 상대적으로 쎘던 이번 포항지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는 이상이 전무했지만, 주택 1200채와 32개 학교가 파손되는 등 일반건물들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발생지인 포항 북구에서만 내진설계가 안된 아파트가 39곳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1978년부터 지난 40년간 이번 포항지진과 같이 진도 5.0 이상의 지진은 한국에서 9건 발생했고 일본에서 4000여건 발생했지만, 한일 양국에서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바로 밑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전제로 해서 원전 내진설계를 했다면서 탈원전 시민단체들의 '원전 조기폐쇄' 주장 등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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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에서 15일 발생한 5.4의 지진으로 인해 당일 오후7시를 기준으로 포항 지역에서만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흩어져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정부의 내진설계 의무화가 지난 1988년부터였고, 이에 따라 전국 2층·연면적 500㎡ 이상 민간건축물 264만9802동 중 내진설계된 곳은 20.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생들이 머무르는 학교시설도 23.1%만 내진설계되어 있다.
작년 경주지진 후 정부는 연간 2500억원을 학교시설 개선에 지원할 방침을 밝혔으나, 전국 모든 학교가 내진보강을 갖추려면 2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지진을 계기로 외관이 멀쩡해도 30년 이상된 노후건물 및 내진설계가 안된 소형주택을 집중점검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각 건축물의 내진성능부터 전면 공개하기로 하고, 관련 입법 마련에 들어갔다.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토교통부가 동의한 건축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0㎡ 이상 건축물에만 적용하던 내진능력 공개 대상을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인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모든 신축주택의 내진성능이 건축물대장에 공개된다.
현재 전국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는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서비스'(AURI) 및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서비스'(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도 정부-민간의 안전불감증이 고쳐지지 않아 아쉽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진설계 점검 및 보강개선 등 당장 할 수 있는 긴급조치부터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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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항지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는 이상이 전무했다. 사진은 고리원전1호기의 모습./사진=연합뉴스 |